연간 매출 20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컨버전스 기업 ‘통합KT’가 출범한다.
통합 KT의 출범으로 기존 방송통신 시장 경쟁 구도가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게 돼 SK그룹과 LG그룹 통신계열사 등 타 통신기업의 합병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필수설비 제도개선 △유선전화 및 인터넷전화 번호 이동 절차 개선 △광대역 통합정보통신망(BcN) 구축 등의 조건을 달아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적 사업자 KT와 이동통신 2위 사업자 KTF 간 합병을 인가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판단은 통합 KT 출범 이후 경쟁 활성화를 기치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 복지 혜택 등 소비자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포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방통위의 합병인가 조건에 따라 통합 KT는 필수설비 공동 활용을 제고하기 위해 가입자망공동활용제도(LLU) 개선 방안 등 경쟁 사업자의 필수설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번호이동 절차와 비교,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번거롭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된 유선전화 및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 개선도 인가 조건으로 부과됐다. 이는 반KT 진영이 주장한 유선전화 시장지배력 전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인터넷전화 활성화 등을 통한 경쟁 활성화 등 다목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 KT는 또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전국 농·어촌 지역에 BcN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 승인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 및 이용자 편의 보장을 위해 통합 KT가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가입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폐지·제한 등의 방법으로 강제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요구했다.
이 밖에 와이브로 투자 및 저주파수 대역 우선 배정, 단말기 보조금 지급 중지 등의 사항은 합병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인가조건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KT와 KTF가 합병해도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조건 없이 합병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KT가 전주와 관로 등의 필수 설비를 독점하는 문제는 KTF와의 합병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다만 경쟁 사업자의 이용 요구를 거절하면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F가 KT의 자금력에 힘입어 마케팅을 하더라도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KT는 오는 27일 KTF와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오는 5월 18일 통합KT 출범을 선언할 예정이다. 통합KT 신주 상장은 오는 6월 9일로 예정돼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