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만화] 박소희­·강경옥 작 ’별빛 속에’

[내 인생의 만화] 박소희­·강경옥 작 ’별빛 속에’

 “강경옥 선생님이 고2 때 이 작품을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했었지요. ‘그 나이에 이런 작품을 그렸는데, 난 뭔가’라고 자책도 했고요.”

 인기드라마 ‘궁’의 원작자인 박소희 작가(31)는 몇 차례 다른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강경옥 작가의 ‘별빛 속에’를 자신 인생의 만화로 꼽았다.

 박 작가는 “다른 작품들은 나이 먹어서 보게 되면 처음과 다른데, 별빛 속에는 중학교 때 보나 지금 보나 한결같은 감동을 준다”며 작품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지난 18일 신촌 한 카페에서 만난 박소희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 이사간 집 다락방에서 우연히 ‘별빛 속에’를 접하게 된 일화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정만화에 SF가 더해진 게 낯설어 읽다 말았지만, 그 이후 어느 날 다시 읽게 됐을 때 만화에 빠져 전 권을 다 읽게 된 것이다.

 이후 감수성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별빛 속에’를 읽고 나면 후유증에 시달려 아무것도 못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제 상황이 참 안 좋았거든요. 이 만화를 보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데, 저도 그 당시 처한 세계가 아닌 다른 현실이 존재할 거라 믿으며 현실도피 같은 것도 했고 ‘난 뭔가’라는 생각도 했죠.”

 ‘별빛 속에’를 보며 몇 달을 여주인공 시이라젠느만 그리기도 했다는 박 작가는 “지금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장담했다. 시이라젠느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 변화나 표현도 그가 종종 따라 그렸던 부분이다.

 “강 선생님의 그림체는 어디서도 본 느낌이 안 나잖아요. 특히, 기쁜 와중에도 언뜻언뜻 비치는 슬픈 감정같이 미묘한 것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게 쉽지가 않은데 정말 대단하세요.”

 ‘별빛 속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속앓이만 한다. 박 작가는 “남자 주인공인 레디온만 봐도 다정한 말 한마디하지 않고, 일방적인 감정만 나타내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 애틋한 게 있다”고 말했다.

 박소희 작가는 “작품 속에 명장면이 너무 많다”면서도 시이라젠느가 전투 후 성역으로 가는 장면과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시이라젠느가 다시 지구로 돌아온 것인지, 성역 안으로 간 것인지, 이 모든 것이 환상인지 모호한 마지막 장면과 ‘아름다운 별들이다’는 대사를 기억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강경옥 작가가 부럽다는 박소희 작가.

 ‘별빛 속에’ 외에도 ‘이 카드입니까’ ‘두 사람이다’ 등의 작품을 모두 섭렵한 그는 지금도 책장 정리를 하다가 ‘별빛 속에’를 보면 어린 시절 읽었던 것과 똑같은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그 당시 강경옥 작가만큼이나 박소희 작가도 ‘궁’으로 유명하지만 막상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 앞에서는 벌벌 떨었다고 한다.

 “청계천에서 사인회를 할 때 뵈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저도 만화를 하니까 펜은 뭘 쓰시는지 종이는 어떤 걸 쓰는지 이런 소소한 것들 하나도 못 여쭤봤어요.”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