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엘피다 진영’도 와해되나

 정부 주도의 대만 D램 업계 대통합 계획이 무산된 데 이어 전략적 제휴 관계인 파워칩과 엘피다 진영에서도 균열의 조짐이 일고 있다.

 19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는 대만 정부가 추진 중인 타이완메모리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프랭크 후앙 파워칩 회장은 “타이완메모리가 우리와 무슨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타이완메모리 쪽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 했지만 타이완메모리는 지금 자금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대만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파워칩은 엘피다와의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6위 D램 업체(파워칩)와 3위인 엘피다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 파워칩과 엘피다는 D램 제조사인 렉스칩을 합작 설립한 관계다.

 하지만 엘피다는 파워칩과 전혀 다른 시각차를 내비치고 있다. 엘피다는 오히려 파워칩이 거부하고 있는 타이완메모리와의 제휴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엘피다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면서도 “대만 정부와의 협상이 지금은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엘피다는 ‘생존’을 우선시 해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만 정부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엘피다가 타이완메모리를 선택하면 파워칩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엘피다는 지난 17일 렉스칩 지분을 기존 48%에서 52%로 늘리고 자회사로 통합해 기술과 제조시설 인수를 검토 중인 타이완메모리에 합류할 수 있는 조건들을 충족시켜 파워칩이 홀로 남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파워칩의 회생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독자생존을 선언한 파워칩이 엘피다란 ‘변수’로 전략을 수정할 지, 아니면 의도대로 엘피다와 함께 생존을 모색하게 될 지 세계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