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 악재 딛고 다시 빛날까

[기자수첩]선, 악재 딛고 다시 빛날까

 IBM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진 18일(현지시각) 아침. 선의 개발자 콘퍼런스 ‘커뮤니티원’이 열린 뉴욕 매리어트호텔은 여느 행사장과 마찬가지로 진행요원과 참석자로 붐볐다. 모여든 500여 개발자는 등록카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섰으며, 선 직원들 역시 원활한 행사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모두 인수합병(M&A)설에 담담한 반응이다. 과거 대형 M&A에서 봐왔듯이 최종 발표가 이뤄지기까지 많은 변수가 있는데다 이미 선에 관한 여러 소문이 돌았던 터였다. 교육세션 진행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선의 한 엔지니어는 “몸담은 회사가 M&A설에 휘말린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을 이유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선의 임원들은 M&A설과 관련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 데이비드 더글러스 수석부사장과 루 터커 CTO의 기자간담회는 M&A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 속에 시작됐다. 선 본사 PR 담당자도 기자의 질문에 “M&A와 관련해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고 회피했다.

 인수설이 전해진 이날 나스닥에서 선의 주가는 80% 폭등한 반면에 IBM은 소폭 하락세로 마감했다. 실제로 M&A가 이뤄진다면 IBM보다는 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은 탓이다.

 같은 날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전략을 발표한 선의 관련 홈페이지에 “모든 구름(클라우드) 뒤에는 태양(선)이 있다”는 문구가 머리를 장식했다.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에 이어 급기야 M&A설에 휘말리며 시야 제로 상황으로 내몰린 선이 구름 뒤에서 밝게 빛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뉴욕(미국)=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