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간 인수합병(M&A)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컴퓨팅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서버·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컨설팅서비스 등 컴퓨팅 산업 전반에 걸쳐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IBM의 행보라는 점에서 최대 맞수격인 HP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연 이번 협상이 성사될 지, IBM이 갖는 이득은 무엇인지 등을 두고 다소 불투명한 전망과 해석이 오가고 있어 향후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왜 인수하나=IBM의 선 인수와 관련된 분석은 크게 서버와 SW·서비스 부문의 이해득실로 나뉘고 있다. 인수가 이뤄지면 지난해 서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IBM은 선 인수로 2%에 불과했던 HP와 격차를 10% 이상으로 넓히게 된다. 이와 함께 최근 시스코까지 가세한 서버시장의 가격 전쟁에서도 상당한 내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토리지 시장에선 하이엔드급 테이프 스토리지 시스템에서 최대 경쟁사를 흡수하는 동시에 날로 복잡해지는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 있는 미들웨어를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하드웨어보다는 SW·서비스 시장에서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금융·통신 업종에 집중된 선의 고객으로 컨설팅서비스와 SW 영업을 확대, EDS 인수 이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HP를 보다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선의 최고 자산인 자바 플랫폼도 확보하게 된다. 오픈소스 시장에서 양사의 SW와 IBM의 시장 역량이 합쳐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합병 효과가 결국에는 최근 시장 트렌드로 부상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시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변수는 없나=IBM과 선의 인수협상 보도에서 HP와 함께 빠지지 않는 곳이 시스코시스템스이다. IBM과 선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지난 16일 서버 시장진출을 선언한 시스코시스템스가 새로운 인수주체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이 IBM과 협상에 앞서 여러 대형 업체들과 인수 의사를 타진해온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만일 시스코가 선을 인수할 경우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단숨에 시장진입이 가능해진다. 일단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IBM의 현금 보유액이 130억달러, 시스코가 300억달러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두 회사 모두 인수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또 이번 인수협상이 선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온 부분 매각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넘어야 할 산은=협상 소식이 전해진 뒤 선의 주가는 오른 반면, IBM의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그만큼 인수 효과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협상이 불발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IBM과 선의 서버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42%에 달해 합병에 따른 반독점 규제 등도 넘어야 할 숙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DB2(IBM), MySQL(선)처럼 SW 분야에서의 제품 중복성, 이질적인 기업문화, 인수 후 인력구조 등도 극복과제로 점쳐졌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