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앞으로가 더 중요한 우리 수출

[월요논단]앞으로가 더 중요한 우리 수출

 혼돈과 우려 속에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3개월이 다 돼가고 있다. 그 사이 1월 수출이 급감했고, 2월 수출이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갈피를 잡기 힘들 만큼 극과 극을 오가는 뉴스들 속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 수출이 길을 찾고 있는 현상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전 세계가 어려운 가운데 우리의 수출은 나름 선방하고 있다. 경쟁국과 비교해 봐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수출 현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거나 경쟁에서 앞서는 사례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버티지 못하는 미국, 일본, 대만 기업들이 합병, 구제 금융,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인원 감축 없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고 오히려 더 공격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를 하나둘씩 전해오고 있어 흐뭇하기까지 하다. 탈락할 경우 시장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지도 모르는 치킨게임이 한창이지만 우리 기업이 희생양이 된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이를 두고 일본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한다. 환율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향상된 기술력과 품질, 그리고 수출확대를 위한 특단의 마케팅 노력을 알아챈다면 그 의문이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분투 역시 평소와 견줄 바가 아니다. 얼마 전 하노버정보통신 박람회에서는 품질과 기술, 아이디어로 무장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이 호평을 받았다. 방수 기능까지 갖추고 어린이·노약자·차량의 위치를 추적하는 위치추적용 단말기, 개당 25만원이 넘는 자동차용 블랙박스, 지저분한 케이블을 평면 테이프처럼 만든 초박막형 가전용 케이블, 그리고 독일과 일본 제품까지 따돌린 복합 화폐계수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제품들이 바이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침체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이다. 그렇게 기관 이기주의 해소가 안 되던 유관기관들도 위기가 되니까 단합이 잘된다.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출과 투자 유치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다. 최근 KOTRA가 기업은행, 수출보험공사, 경제자유구역청 등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공통된 위기극복 의지가 작용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공포를 불러왔던 글로벌 경제위기가 이렇게 쉽게 끝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잘 찾아왔다지만 진짜 중요한 시기는 지금부터다. 선진국 일부 경제 분석가는 세계경제 재앙이 지금부터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큰 실패로 이어질 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선진국 기업이 한발 뒤로 물러서서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지금까지 우리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환율도 언제 등을 돌려 그 칼날을 우리에게 들이댈지 모를 일이다. 각국이 모여 보호주의하지 말자고 외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순간순간 뒤바뀌는 세계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현명함과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회를 키우는 능력이 발휘돼야 하는 것은 정작 지금부터다. 그동안 큰 관심을 모았던 월드베이스볼 결승이 24일 열린다. 힘과 작전이 모두 필요한 것이 야구다. 초반에 앞섰다면 점수 차를 더 벌리는 공격 못지않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지키기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수출이 위기의 초반을 나쁘지 않게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한 순간들이 될 것이다.

 조환익 KOTRA 사장 hecho@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