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무역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부품 소재 분야에서 무역역조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기술측면에서 한 수 아래였다. 최근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핵심 부품 소재까지 일본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 PDP 모듈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일본 파나소닉이 한국에 눈길을 주고 있다. 자국 내 부품 소재로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일본과 대등한데다 엔화강세현상으로 경쟁력이 급속히 위축됐다. 따라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PDP필터를 한국에서 사들이는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부품의 공급처 다변화로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당장 큰 물량이 오가지는 않겠지만 핵심부품 기술수준이 일본에 근접하고 있어 전망은 밝다. LCD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 K사의 사장은 “일본이 자국 내 부품소싱의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일부 모듈부품은 한국의 품질이 일본에 비해 우수해 바이어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부품에선 일본이 한국을 못 쫓아온다는 얘기다.
엔화강세에 기술력까지 대등한 수준이면 한국의 부품 산업은 밝다. 이른바 ‘와타나베 효과’를 당장 볼 수 있는 분야다. 수출과 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부품소재산업의 뿌리가 튼튼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부품 소재산업의 ‘와타나베 효과’를 최대한 살린다면 묵은 소원인 대일 무역역조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 역시 부품소재산업의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시장개척을 지원활 수 있는 다각적인 지원에 앞장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