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국가의 의료 장비 시장을 잡기 위해 필립스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각) 필립스가 인도에 의료 장비 생산 라인을 짓는다고 전했다.
인도 공장은 수면 중 호흡곤란을 방지하는 산소공급장치와 기관지염·기종 환자를 위한 산소 발생기 등 가정용 호흡기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필립스는 인도 시장을 발판으로 신흥 시장의 떠오르는 의료 장비 수요를 흡수하고, 주력 사업으로 정한 헬스케어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신흥 시장, 우리가 접수한다”=지난 2년간 필립스는 신흥 시장에서 인수합병(M&A)를 통해 기반을 다졌다. 2007년 이래 필립스는 인도·중국·브라질에서만 의료 장비 업체 5개를 인수했다.
특히 지난 가을에는 수요가 매년 10∼15% 성장하고 있는 중저가 엑스레이 시장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 업체 알파 엑스레이(X-Ray)와 메디트로닉스를 인수했다. 현지 업체를 사들여 지역 전문가를 확보하고, 값싼 제조 공정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주요 병원과 관계를 트는데도 효과적이다.
필립스는 왕성한 M&A를 통해 신흥 시장에 먹힐 제품을 내놓는데도 힌트를 얻고 있다. 고가에 치우진 기존 라인업에 현지화한 중저가 제품을 보강할 수 있었다. 2007년 6월 필립스가 인수한 브라질의 엑스레이·초음파 업체 VMI가 대표적이다. 필립스는 VMI에 1년간 제품 개선, 생산 시설에 투자한 뒤 남미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필립스는 VMI의 제품을 남미 전역에 수출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필립스 헬스케어 이머징마켓 부문장인 로날드 드 종은 “신흥 시장은 필립스가 기존에 판매했던 프리미엄 장비와는 전혀 다른 제품이 요구된다”며 “인도·중국·브라질 같은 나라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기본적인 기능을 갖추되 가격은 저렴한 제품을 팔아야한다”고 말했다.
◇쑥쑥 크는 신흥 시장=신흥 국가의 의료 장비 시장은 2007년 47억유로(약 9조600억원)에서 내년에는 66억유로(약 12조7000억원)로 4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라드 클라이스터리 필립스 CEO는 헬스케어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지목해왔다.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고, 소비자 가전 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등 필립스의 변화를 지켜보며, 헬스케어 부문이 회사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의료 장비를 꼽았다. 지난해 필립스는 매출 264억유로(약 5조1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을 헬스케어 부문에서 올렸다.
제네럴일렉트릭(GE), 지멘스 등 경쟁사에 앞서기 위해 신흥 시장은 더욱 중요하다. 로날드 드 종 부문장은 “헬스케어 부문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신흥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2007년 신흥 국가 의료 장비 시장에서 18.5%를 기록한 점유율을 2012년까지 25%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