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결승전에서 10회까지 가는 연장 혈투 끝에 3-5로 석패했다. TV로 중계를 지켜보며 열렬히 응원을 펼친 국민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야구 대표팀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3월 한 달 동안 TV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WBC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WBC 중계를 보면서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이번에도 시·청각 장애인은 국민적 관심 프로그램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는 점이다. 한일전 흥행 성공으로 국내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예상치 못했던 큰 수익을 거뒀지만, 어느 방송사도 이들을 위해 수화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자막방송 수신기능이 있는 디지털TV를 보유하지 못한 저소득층 시·청각 장애인도 WBC 중계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방송 소외계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날 시·청각 장애인 등의 방송 접근성 향상 등에 올해부터 2012년 디지털 전환 시까지 4년간 총 434억6200만원을 지원하는 ‘방송 소외계층 지원 종합계획’을 의결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종합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21인치 이상 디지털TV 생산 시 자막방송 수신기능 내장이 의무화된다. 또 저소득층 시·청각 장애인에게 2012년까지 자막방송 수신기가 100% 무상 보급된다. 이와 함께 장애인시청지원 방송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지상파는 2012년까지 자막방송 100%, 수화방송 5%, 화면해설방송 10% 편성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4년 뒤인 오는 2013년에 열리는 3회 대회때부터는 시·청각 장애인 등 방송 소외계층도 TV로 대회중계를 지켜보며 함께 응원할 수 있게 됐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반가운 일이다. IT강국, 디지털강국이라는 찬사도 좋지만 방통위가 이번에 내놓은 방송소외계층 지원 종합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돼 방통위 관계자의 말처럼 장애인에게만큼은 ‘디지털 디바이드 최고의 나라’라는 명성을 얻는 기회로 활용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