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글로벌 콘텐츠 빅5` 꿈은 이루어진다

 콘텐츠산업의 잠재력을 거론하며, 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수많은 주장과 제언 그리고 여러 기관의 중장기 계획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구현하기 위한 거시적 방법론 그리고 미시적 실행계획(How-to-do)은 여전히 마뜩잖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콘텐츠는 문화예술 등 모든 창작활동과 산업이란 뿌리에서 빨아 올린 자양분, 즉 문화와 창의성이 거름이 돼 피는 꽃이요, 열매다. 그렇다면 먼저 이 꽃과 열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수자원을 넓혀주고,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줘야 한다. 우리가 콘텐츠에 나서야 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아시아는 4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4대 종교의 발흥지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풍부한 ‘콘텐츠 자원’을 가진 천혜의 땅이다. 우리 속에 아시아가 있고 아시아 속에 우리가 있다. 한민족은 아시아라는 넓은 공간과 고대로부터의 장대한 시간에 의해 영향을 받아온 ‘문화’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켜온 ‘창의’ 집단이다.

 한민족의 DNA 속에 저장된 물샘은 이미 넉넉하다. 이제 우리 안에 있는 ‘콘텐츠 자원’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만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콘텐츠진흥을 위한 백년대계의 근간이며, 중장기적 접근의 핵심 개념이다.

 둘째, 국내 5000만 시장은 너무 비좁다. 크지 않은 밥상에 숟가락, 젓가락만 늘어나니 굳이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이전투구의 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65억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으로는 해외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세계 콘텐츠산업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할리우드를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글로벌 마켓을 상대로 한 프로듀싱과 마케팅, 펀딩,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 동원능력을 철저하게 익히고 배워야 한다.

 셋째, 우리에게는 아시아와 한국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창조적인 젊은이가 넘쳐난다. 이들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선택과 집중’ ‘특화와 전문화’의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우리만이 잘해낼 수 있는 장르를 찾아내고, 이 분야의 전문가를 기초 단계부터 고급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 육성에 대한 발상도 전환돼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을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소유’에 집착하는 자본주의의 오랜 관행이 ‘접속(액세스)’이라는 변화된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나는 ‘접속’이란 개념에서 거대한 해외 글로벌 미디어그룹에 맞서기 위해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전술의 단초를 읽을 수 있었다. 바로 기획·창작·제작·유통·소비의 가치사슬에 따라 특화·전문화된 콘텐츠 기업들이 자기의 강점을 극대화한 상태에서 상호 ‘접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2등 간의 대 연합전선이다.

 이는 콘텐츠 산업 전반의 진정한 시너지 창출을 위한 기본 공식(formula)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 사업자와 미디어 사업자, 서비스 사업자, 디바이스 사업자 등이 강력하게 연대해 세계 초일류의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이로써 혁신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내야 한다. 세계 1등 기업을 따라 잡기 위한 국내 2등 기업들 간의 대(大) 연합작전이 절실한 때다.

 박준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jypark0033@k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