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통업계 “휴대폰만 믿을 순 없어”

 “휴대폰만 믿을 수 없다.”

 미국 이동통신 업계가 불황 타개를 위해 이동전화 서비스 외에 다양한 기기에 무선 초고속망을 임대해주는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3위 이통사인 스프린트넥스텔이 가민(GPS)·이스트만코닥(디지털 영상장치)·샌디스크(스토리지) 등 휴대형 IT기기 업체들과 스프린트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들 회사의 휴대기기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이동통신 서비스 부문 매출 감소에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스프린트의 가입자는 지난 2006년 이후 무려 400만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무선망 임대를 통해 각종 휴대기기에서 스프린트의 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는 같은 기간 27%나 증가했다.

 이들 디지털 기기 업체와의 협력이 체결되면 스프린트는 전송되는 데이터량에 따라 기기 제조업체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게 된다.

 이미 스프린트는 최근 아마존닷컴이 출시한 전자책 리더 ‘킨들2’의 무선 책 다운로드 서비스에 초고속 데이터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수익을 챙기고 있다.

 댄 헤스 스프린트넥스텔 최고경영자(CEO)는 “무선망 접속이 필요한 최신 기기들로부터 발생하는 적잖은 수입을 이통사가 챙길 수 있어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이통사들의 무선망 도매 사업이 이동통신 가입자들로부터 챙기는 요금보다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낮지만 과금 및 고객 서비스를 위한 비용 절감은 물론 이익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스프린트 외에 타 이통사들도 이동전화 이외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AT&T는 지난해 말 ‘이머징(emerging) 기기’ 사업부를 신설, 애완동물이나 치매 환자의 위치 추적이 가능한 손목시계 등을 연구 중이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도 ‘오픈 네트워크’ 계획에 따라 무선망 도매 사업을 추진, 트럭 모니터링 기기나 죄수 추적 기기 등 35가지 종류의 무선 기기에 자사 망을 공급하고 있다. 또 킨들과 유사한 전자책 리더 제조업체들과도 협력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이통사가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보다 많은 대역폭이 필요하게 되면서 4세대 네트워크의 등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스프린트는 오는 2010년까지 1억2000만명을 대상으로 4세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클리어와이어와의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