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허리인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KT·SK텔레콤 2개 대형 기간통신사업자의 연매출이 총 23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전국 626개 별정통신사업자의 매출은 2조2161억원(2008년 말 기준) 정도로 추정된다.
매출도 대부분 일부 대기업 계열 사업자와 케이블TV 방송 사업자의 것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사업 영위 자체가 힘겨운 영세업자들이다.
별정통신사업자들은 제 살을 깎는 노력을 해왔다. ACR(Auto Calling Router)칩, VM(Virtual Machine) 등을 도입해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 또 선불통화권은 보증보험료를 대폭 올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일부 사업자는 동남아 등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외화벌이, 일자리 창출 등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악덕 사업자의 부도덕한 영업으로 대표 사업인 선불통화권은 이미 시장에서 ‘부도수표’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또 스팸전화 ‘원링’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이미지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제반 환경도 별정통신사업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대형 사업자들의 견제로 네트워크를 빌리기가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화가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수익원으로 떠올랐지만 대부분 업자는 비용 문제로 번호이동제도에 참여를 못 한다.
여기에 관련 정책도 정체되고 있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제도화, 080 활용 매개서비스(간접접속) 허용 문제 등이 모두 답보상태다. 신규 서비스 개발 억제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축소가 초래한 어두운 그림자다.
별정통신사업자들 중 옥석을 가리고, 양질의 사업자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은 소비자의 권리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