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잠재돼 있던 인간의 능력을 일깨우거나 향상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강한 중독성과 폭력적인 내용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을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은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로서 게임이 가져오는 새로운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상상력·창의력 일깨우고 현실 인식에도 도움=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 내 환경이나 물체가 가짜라는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 불신의 유예(suspending disbelief)를 통해 게임 속에 완전히 몰입함으로써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콘텐츠인 UCC 등을 제작할 때 창의력을 발휘하게 한다.
게임의 시뮬레이션 효과는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바꾸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친다. 지구 온난화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같은 전 세계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사회단체들의 노력은 게임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유엔식량계획(WEF)이 개발해 세계에 배포한 ‘푸드포스’는 세계의 가난과 재해 문제를 어린이들에게 쉽게 알리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 게임으로 온라인에서 글로벌 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지각력 높이고 인지 건강 유지=2006년 로체스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액션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공간 지각 능력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임 사용자들은 복잡한 풍경에서 하나의 물체를 찾아내고 추적하는 뛰어난 지각력을 보이는 것이다.
문제 해결과 빠른 결정을 요구하는 게임은 인지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리노이대학 크라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60대와 70대 노인들의 단기 기억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정신의학과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을 일정기간 하면 두뇌 기능이 활발해진다고 설명했다. 크라머 교수의 연구팀은 60∼70세 나이의 성인 4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첫 번째 그룹에게는 한 달간 ‘라이즈 오브 네이션’과 ‘룰링 더 월드’를 연습시켰다. 가상으로 나라를 통치하도록 하는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끊임없이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이 실험 결과 게임을 한 그룹은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기억력과 추리력, 인지능력 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머 교수는 “노인이 손주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권장했다.
◇사회적 유대 강화=여러 명이 한자리에서 함께 즐기는 게임은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닌다. 함께 게임을 하면 즐거움과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데 이것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게임 속의 인과 관계를 연합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USC) 아넨버그통신대학원의 더그 토머스 부교수는 “가상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간단한 학습의 일종”이라며 “어린이는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PC 조작법을 배우며 가상공간에서 시민의 일원이 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해 향후 노동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