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IT로 코리아 브랜드 가치 높여야](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01050642_1045926281_b.jpg)
외국 사람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 얼마 전 유럽 출장을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실험을 해 보았다. 예상한 대로 ‘북한’과 ‘서울 올림픽’ 이 1, 2위를 차지했다. 월드컵을 주최했으니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에서는 잘 알겠지 하고 생각한 것도 착각이었다. 실제로 월드컵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기업인들은 축구보다 요트, 음악 등 다양한 취미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 순간 서구 사회는 개성과 개인주의가 중요한 나라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처럼 온 국민이 들썩거리는 문화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이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우리 시각이 아닌 상대방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를 배우러 온 후진국을 제외하고는 그 실체를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코리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보다 실제로 접하고 느끼고 소통하는 환경 속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 사회에 임하는 기본 자세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6·25 전쟁 이후 한국의 발전 과정은 확실히 감동적이고 역동적이다. 국민소득 100달러 이하의 후진국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시대를 앞장 선 글로벌 국가, 5000년 전통의 강한 문화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나라, 세계가 찬사를 보낸 김연아의 예술과 테크닉의 조화는 우리의 스토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내용을 다양한 사업 모델과 이야기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글로벌 표준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디자인과 같은 무형 자산의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해 주는 게 글로벌 인식이다. 규모와 양으로만 판단하는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또 글로벌 플랫폼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든지 아니면 그런 표준을 따르는 게 현명한 방안이다.
셋째, 전문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 높은 연구 실적을 보인 학자들이 한국에 안 들어오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연구에 집중할 수 없어서라고 한다. 경제 규모에 비해 한국에 전문가 집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R&D가 위축되는 분위기와 기술을 잘 아는 전문 경영인이 부족한 산업계는 적신호다. 금융 허브를 한다면서 이를 제어할 실력이 없으면 탐욕만 추구하는 펀드 전문가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글로벌 사회에서 대접받는 것은 어리숙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니라 실력과 책임을 겸비한 전문가(specialist)다.
이런 원칙들을 바탕으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 간에 직접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 대기업의 임원들을 만나 보면 의외로 한국에 안 와 본 사람이 많다. 설사 방문했다 해도 20∼30년 전의 한국의 모습을 기억하는 일이 많다. 하물며 멀리 있는 미국이나 유럽은 어떠하겠는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입체화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일단 그들이 한국에 오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지 보고 감탄한다. 특히 그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정보화 사회를 이룬 IT의 적응력이다.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IT를 기반으로 기술력과 창의력이 무한히 뻗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브랜드 실행 전략이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phil_kim@ahn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