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전환비용 민간 부담 안될 말

 정치권이 방송의 디지털 전환 비용 일부를 TV 제조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주 이미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의 의원도 이 대열에 가세할 전망이다. 요지는 디지털 전환으로 수혜를 입는 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국가사업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라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특히 수천억원이 투입돼야 하는 디지털 전환사업에 이를 부담할 여력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댔다. 국가적 지원을 요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실론과 별도로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의 설비투자에 민간기업의 지원을 강제하거나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업계가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방송사가 수천억원의 디지털TV 수신기술 개발비용을 지원할 것이냐는 얘기부터 보편적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의 설비투자 비용을 장비업체에 부담시켜도 되느냐는 얘기가 나왔겠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수출대상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 동일한 요구를 해온다면 이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정치인들이 방송사와 입을 맞춰 법제화에 나서는 것에는 현실론 외에 또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가 부담해야 할 설비투자에 해당되는 항목에 민간기업의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점을 명심해 부디 다른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