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료방송 가입 안하면 디지털TV 시청도 못할판"

 오는 6월 미 디지털 방송 전환 이후에도 케이블 등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디지털 컨버터 박스만을 구비한 시청자들은 일부 채널을 시청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 DTV 전환을 앞두고 돈없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DTV 전환 이후 일부 지역 방송사들이 기존 방송 권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디지털 신호가 기존 아날로그 신호보다 약해 이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00만명에 달하는 케이블·위성방송 미가입자들이 그동안 공급 부족으로 설치하지 못했던 디지털 컨버터 박스를 설치하더라도 전환에 따른 잡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외신은 기존 무료 방송 시청자들은 6월 중순 DTV 전환 이후 최소 한 개 이상의 채널을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지난해 12월 조사에 따르면 11%에 달하는 지역 방송사들이 DTV 전환 이후 방송 권역을 변경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현상을 부추킬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방송사는 농촌 대신 보다 시청자들이 밀집한 지역에 디지털 신호를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FCC가 ‘방송의 공익성’을 강조하면서도 FCC 규정 어디에도 ‘특정 지역에서 모든 사용자에게 반드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못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미 정부가 무료 방송을 시청할 권리조차 박탈한다”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D.C.로부터 40마일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해밀턴 씨는 “최근 디지털 컨버터 박스를 구매해 설치했지만 선명한 화질은 커녕 지역 방송을 포함한 4개 채널을 볼 수 없게 됐다”며 반발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