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미국 산업계가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 사태를 겪는 가운데 첨단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의 해외 전문인력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2010년도 해외 전문인력 채용을 위한 H-1B 비자 심사에 착수했으나 미국 경기의 침체 속에서 예년에 비해 해외 전문인력 채용 신청 건수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미 산업계의 해외 전문인력 채용은 한해 8만5천명으로 제한돼 있으며 이중 2만명 가량이 과학과 수학, 엔지니어링 분야 등의 전문가에게 배당돼 있다.
미국이민법률가협회 부소장인 봅 사카니와는 “해외 전문인력 채용을 신청하는 미국 기업들의 수요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거와 같이 급격하게 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량 해고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해외 전문인력 채용에 대한 정치권 등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는 특히 경기부양 법안을 통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기업들의 경우 해외 전문인력 채용을 제한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해외 인력 채용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IT 대표기업인 오라클의 부사장인 로버트 호프만은 “기업이 해외 인력 채용을 늘린다고 하면 정치권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일부 상원들은 실리콘밸리 등지의 IT 업계를 겨냥, “미국내 IT 기업들이 미국내 인력을 보호하는 데 소홀한 점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 IT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IBM 전직원인 리 콘라드는 “미국 의회 등의 여론이 좋지 못해 해외 전문인력 채용 제도 자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며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비자 제도를 종료할 필요성마저 제기된다”고 전망했다. IT 업계에선 그동안 H-1B 비자 제도가 여러 허점을 안고 있어 업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해외 전문인력이 채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심사 절차와 과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업계는 과거 H-1B 비자에 따른 해외 전문인력을 19만5천명까지 늘렸으나 2000년 닷컴 붕괴 이후 채용 규모가 급격히 감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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