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5일 로켓을 발사함에 따라 국내 경제계와 과학계가 사태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북한 관련 비상대책반 회의에서 “북한의 로켓발사는 오래 전부터 예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특별히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과학계는 북한이 자체 기술로 위성발사체와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함으로써 올해 가장 큰 과학 이벤트였던 자체 우주발사체 행사가 빛을 잃어버리게 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개성공단 폐쇄, 주가 폭락 등은 없을 듯=상당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로켓 발사 여파로 개성공단 출입이 다시 끊길 가능성에 대비, 현재 통상 수준 이상의 원재료와 식량 등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유창근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부회장은 “개성공단이 중단될 가능성은 적지만 만일의 경우 당분간 통행이 중단되더라도 공장 가동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라는 지침을 앞서 업체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G20 정상회담 전에 가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로켓발사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유지시킬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북한 로켓발사에 따른 주가 등의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8년 8월의 북한 대포동 미사일 1호 발사사건 당시에는 주가가 오히려 5.4포인트 올라가고 환율은 14원이 뛰는데 그쳤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한 핵실험 때는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 급락하고 환율도 1년만에 최대폭인 14.8원 급등했다. 하지만 보름 남짓 지나자 모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북한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 기업인들의 국내 투자에는 악영향이 예상되며 국가 리스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하다.
◇과학기술계는 ‘우려’=우리나라에 앞서 북한이 자체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함에 따라 국내 과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과기계는 세계 10위권 내로 자국내에서 위성발사체를 발사한다는 포부였으나 이란(9번째), 북한(10번째)이 우리나라를 앞서 잇달아 위성을 발사하자 맥이 빠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한국 첫 우주발사체(KSLV-1)를 발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와의 협력 지연과 중국 쓰촨성 지진 여파 등으로 오는 7월 말께로 몇 차례 지연됐다. 과기계는 북한 위성의 무게가 200kg 남짓이며 간단한 통신기능만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위성 기술은 우리나라가, 우주발사체 기술은 북한이 앞서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 이후 다목적실용위성 1, 2호와 우리별위성 1, 2, 3호, 과학기술위성 1호 등 6기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위성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82%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위성을 탑재해 우주로 이동하는 우주발사체 부문에서는 현재 러시아의 기술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의 발사체 기술 개발이 더딘 이유는 군사용 미사일 발사체는 한미미사일협정과 우주발사체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하에 놓여 있어 기술 개발에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위성 발사 성공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성공했다면 발사체 기술은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발사체의 기술 이전이 쉽지 않은 데다가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우리 독자기술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시점인 2017년(KSLV-2)을 앞당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과학계의 고민이다.
한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AADC)와 미군 북부사령부(USNC)는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물체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으며, 어떤 파편도 일본에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본 측도 “발사된 위성체로부터 어떤 전파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도 “지금까지 판단한 것은 1∼3단계 탄체가 모두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어떤 물체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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