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동영상과 성인물의 온상지로 사회적으로 눈총을 받아온 온라인 웹하드 업체들이 최근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자의적인 의지라기보다는 사회적 압박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라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몰린 탓이 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웹하드 업체 연합체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는 이달 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동영상 근절과 관련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용은 불법 동영상을 잡아내기 위한 동영상 검색 기술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하드 업계는 지난 1월에도 제협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영화를 불법으로 올리기나 내리기를 하는 누리꾼들이 3차례 적발될 경우 웹하드 사이트에서 퇴출하기로 발표했었다. 웹하드 업계의 이 같은 적극적인 자세는 최근 불법 동영상을 색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동영상 검색기술과 필터링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저작권 보호에 앞장설 수밖에 없도록 등을 떼밀리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웹하드 업체들은 동영상 검색 및 차단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불법 동영상 시장의 양성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웹하드 업체가 한국 영화 등의 발전을 막는 독버섯이라는 비판에 몰린 상황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다”면서 “조만간 동영상 검색 기술 업체와 계약을 맺어 불법 동영상을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들은 불법 동영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능한 기술적 보호조치와 모니터링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항변하기도 했지만, 일부 동영상 검색 및 차단 기술이 변형 동영상까지 잡아내는 등 기술적으로 진일보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 같은 이유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 6월에는 주요 웹하드 업체 대표 5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되는 등 사법당국의 압박이 강화됐기 때문에 웹하드 업계로서는 변신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불법 동영상 문제는 아니지만, 검찰은 지난 10월 음악저작권 문제로 NHN과 다음을 압수수색하는 등 저작권 침해의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모든 웹하드 업체가 적극적으로 불법 동영상을 근절하고 동영상 시장을 양성화하는데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력 웹하드 업체는 동영상 시장 양성화를 시대적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자금력이 약한 작은 업체들은 아직 이 같은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변화에 대응하지 않은 채 동영상 시장이 제대로 정비되기 전까지 한 몫을 챙기겠다는 업체들도 있다”면서 “그러나 웹하드 업계가 저작권 보호조치가 강화되는 현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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