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객의 실현 불가능한 부탁 때문에 등줄기에 땀이 흘러 내린다. 아이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 거절해야 하는 부모 심정이다.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상대 마음을 덜 다치게 하면서 내 진심도 표현하는 거절 요령은 없을까.
먼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보자. 무리한 강의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안 되는데요, 좀 쉬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나를 고압적인 사람으로 느낀다. 반면에 ‘이번 주 내내 강의를 해서 주말은 교재작업을 해야 해요. 다른 강사님을 소개해드리는 건 어떠세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둘째, 즉각 거절하기보다 심사숙고하는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협력사에서 부득이한 요구를 할 때 ‘안 됩니다. 다른 방법을 찾으시죠’보다는 ‘제가 본사와 한번 이야기는 나눠보겠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조금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몇 분 후) 어쩌죠? 역시나 그런 전례가 없어서… 부득이… 다른 방도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희소식이 아니네요’가 훨씬 낫다.
셋째, 면전에서 거절하기보다 적합한 매체를 사용해 거절한다. 앞에 두고 ‘안 됩니다’하기보다 휴대폰이나 문자, e메일이나 편지로 정성과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한 기업은 입사 불합격자 통보를 편지로 써서 양해를 구하고 다음을 기약했단다. 응시자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넷째, 직접 결정하기보다 상대에게 의논한다. ‘그때까지는 도착 못 해요. 오늘은 못 갑니다’라고 단언하기보다는 ‘제가 용인에서 6시에 끝나는데, 서울까지 7시엔 못 오겠죠? 이런 상황인데 오늘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어쩌죠?’라고 의논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이 스스로 납득하고 대안을 찾고 용서하게 된다. 상대방은 거절 메시지에 절망하고 거절하는 방법에 또 한 번 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