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달러 의료 정보화 시장을 잡아라’

 ‘200억달러 헬스 IT시장을 잡아라’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 정보 디지털화 사업에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존 전문업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PC업체 델,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 등도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다.

 7일 로이터는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가 투입되는 이 사업의 수혜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관련 업체의 움직임을 전했다.

 이번 주 시카고에서 막을 올린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연례 행사에는 2만3000명의 의료 IT 전문가들이 운집했다. 수백개 업체가 건강 정보 관련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각종 솔루션·제품을 선보인 가운데 225개 회사는 처음으로 이 행사에 참가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스테판 리버 HIMSS 협회장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릴 것없이 관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하다”며 “GE·지멘스·맥케슨 등 거대 업체가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소규모 업체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월요일 PC업체 델은 IT 솔루션업체 페롯시스템스와의 동맹을 발표했다. 델은 병원·진료 사무실에 쓰일 데스크톱PC·스토리지·서버 페롯시스템스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델은 소규모 병원에서 건강 정보 기록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EMR), 병원실무관리 패키지를 월마트 계열의 샘스클럽 매장에서 팔 예정이다.

 제임스 코핀 델 헬스케어생명과학부문 사장은 수년 안에 의료 기록 전자화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국 의사의 절반은 3명 이하의 소규모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스테판 리버는 “월마트가 소매 시장을 바꿨던 것처럼 의료 IT시장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소매 유통에서 의료 정보화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 델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의료 기록 전자화 사업을 하고 있는 GE도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다. 향후 시장이 수십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GE는 지난 주 인텔과 원격 진료 사업에 5년 동안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제프 이멜트 CEO는 “정부의 200억달러 투자 정책이 의료 IT산업에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GE와 인텔의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저퍼머넌트는 최근 향후 3년간 시스템 구축에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의료 정보 1000만건을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카이저퍼머넌트는 미국 최대의 비영리의료단체로 가장 발전된 디지털 의료 체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업 시행 초기임에도 카이저퍼머넌트는 투자안을 높게 평가했다.

 조지 핼보슨 카이저퍼머넌트 CEO는 HIMSS 연례 행사의 기조 연설에서 “시범 사업 결과 의료 기록 오류가 줄었고, 의료 서비스 수혜자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비용절감과 업무 효율성 향상에 주목했다.

 스테판 리버 HIMSS 회장은 “의료 기록을 전자화하고, 서류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은 의료 서비스를 더욱 과학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의료 서비스에 IT가 더욱 많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