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부양 예산 `떡고물이라도‥`

 미국 주요 IT 기업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규모 IT 경기 부양 예산의 직접 수혜자인 공공기관 및 학교 고객을 상대로 대대적인 ‘예산안 알리기’ 마케팅에 착수했다. 오바마 정부는 학교·공공기관·도서관·농촌 통신사업자·의료기관 등에 총 1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 회생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시스코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MS)·애플 등 공룡 IT 기업들은 이를 자사의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한 다양한 묘안을 짜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IT업계는 경기 불황으로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도 IT 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정부의 IT 부양 예산을 주목했다. 비록 정부가 IT 관련 예산을 IT 기업에 직접 배분하지 않지만 예산 수혜자들을 간접적으로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1단계로 고객들에게 오바마 IT 예산의 필요성과 할당 방법 등을 적극 알린 뒤 예산을 따내면 자사 IT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할 예정이다.

 MS는 최근 4주간 교육 영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고객들이 경기 부양 예산을 인지하고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오라클은 이달 고객들을 초청해 어떻게 하면 오바마 정부의 IT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지 효과적인 방안을 알려주는 대형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마이애미의 한 공립 학교의 최고정보담당자(CIO)에 따르면 애플의 영업 사원들이 최근 경기 부양책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

 과거 인터넷 붐을 타고 공공기관 인터넷 장비 프로젝트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시스코도 최근 경기 부양안과 연계해 자사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연구하는 전담팀을 신설했다.

 시스코의 기술무역정책 수석국장은 “이번 경기 부양안은 거대한 사업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토데스크는 실적 부진을 헤쳐나갈 대안으로 미 경기 부양책의 핵심인 건설 분야 기업들에게 설계 SW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IT 기업들의 극성스러운 행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베브 화이트 노스캐롤라이나주 공립 학교 CIO는 “주요 IT 기업들로부터 최근 경기 부양 예산에 대해 설명하는 e메일을 받았다”며 “마치 민간기업의 광고 전단지 같았다”고 비꼬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