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력 시스템도 당했다

 미국 전력망에 외국 해커들이 침투해 시스템을 교란하는 소프트웨어를 심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현직 정부 관료의 말을 빌어 중국·러시아 해커들이 미국 전력 시스템과 이의 통제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침입했다고 전했다. 아직 전력망이나 다른 기간 시설에 피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전시 등 위기 상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불 꺼진 미국’ 대재앙 올까=정보국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력망 같은 미국의 국가 기간 시설망 조사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국토안전부 전직 관료는 “특정 지역이나 회사를 타깃으로 하지 않고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이버 침투 행위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빈번했다”고 말했다.

 정보국 관계자는 기간망을 관리하는 개별 회사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전력망·원자력 발전소·금융 네트워크 등에 침투해 이를 무력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 정보당국은 아직까지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며,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수출 산업이 미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정부 채권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기간망을 파괴해 미 경제에 혼란을 가져올 특별한 동기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상 시기에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정보국 고위 관료는 해커들이 심어 놓은 소프트웨어가 기간망의 중요 요소를 파괴하는데 쓰일 수 있다며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들이 행동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13개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PJM인터커넥션의 레이 다터 대변인은 전력망 사이버 침해 문제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해커 국가로 지목된 중국·러시아는 대사관 성명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스마트 그리드를 둘러싼 공포=신문은 전력, 수도 등 기간 시설이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로 진화하면서 보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인터넷 기반의 원격 통제 시스템으로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에너지 자원 배분의 효율성, 관리의 용이함, 비용 절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력은 물론 수도, 발전 시설 등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보안 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통제 시스템이 해커들의 침입에 노출될 경우 국가 기간망이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그리드로 통제되는 정보는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 네트워크로도 쉽게 옮겨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업체 IO액티브는 지난달 펴낸 보고서를 통해 교육받은 해커가 약 500달러짜리 장비만 있으면 스마트 계량기를 조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의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에 너무도 취약하다”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IP 기반의 개방된 표준을 유지할지, 폐쇄된 새로운 표준을 만들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고 평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