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디지털 융·복합시대의 경제 위기, 창의력이 해답이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12090006_857517889_b.jpg)
최근 3∼4년간 IT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융·복합화(컨버전스)가 경기 불황기를 맞아 더욱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높은 효용가치를 얻을 수 있는 제품 즉, 다양한 기능을 한데 묶어 일석이조 또는 3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DVD와 VCR를 한데 합친 ‘DVD콤보’, TV 수신이 가능한 모니터, 프린팅·복사·스캔·팩스 기능까지 갖춘 멀티 복합기, 디지털 카메라와 MP3 기능이 탑재된 복합형 캠코더, 인터넷 접속과 e메일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손안의’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는 스마트폰, 발아현미기가 내장된 김치냉장고, 미니오븐·에그보일러·커피메이커가 한데 갖춰진 주방용품 등 상상 가능한 기술 조합이 모두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의 인기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기업 역시도 경기 침체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이러한 융·복합화 산업 발굴을 제시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지난 3월 서초 R&D 캠퍼스를 준공해 이 부문의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이미 아날로그 시대부터 비디오와 결합을 시도했던 TV는 최근 인터넷과의 결합으로 디지털 융·복합화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TV 제조업체는 PC로 TV를 제어하려고 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발상의 전환으로 TV 자체가 지능을 가지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LG는 야후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위젯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영화와 쇼핑·뉴스·날씨 등 다양한 콘텐츠를 PC가 아닌 TV에서 직접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PC에서나 가능하던 다양한 서비스를 거실 소파에 누워 간단한 리모컨 조작으로 TV에서도 바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통신과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IT 생활혁명 시대라고도 일컫는 디지털 융·복합화 시대에 서비스의 한계란 기술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상력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모 회사의 광고처럼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되는 시대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여기에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즉 ‘무엇을 상상하고 이루고자 하는가’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모든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창의적인 생각이 결부돼야 하기 때문이다.
TV와 VCR의 녹화 기능을 합쳐 생방송 녹화 기능을 갖춘 타임머신 TV의 성공은 물을 마시러 가는 짧은 순간에도 드라마에서 눈을 떼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간파해 창의적으로 새로운 제품 컨셉트를 만들어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TV와 PC 기능이 융합된 IPTV,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다이어리, 게임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 모바일 인터넷 전자사전 등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술적 발전이 한계에 직면할 미래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는 상상력에 의해 창출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래는 돈과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아이템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시대며,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들의 꿈과 욕망 속에 담겨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디지털 융·복합화 시대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상상의 폭을 넓히고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불가능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통적 시장 패러다임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시간, 공간을 찾아 창의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만이 불황을 뛰어 넘고 최후의 승자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강신익 LG전자 HE사업본부장/sikang@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