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주도한 D램 업계 ‘대연정’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해외 업체와의 기술 제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대만 D램 업체의 통합도 당초 예상과 달리 규모가 대폭 줄어 당초 예상보다 힘을 잃을 전망이다.
12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9일(현지시각) 대만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통합 반도체 업체 타이완메모리(TMC)와의 제휴 논의를 중단한고 발표했다. TMC가 같은 D램 경쟁사인 일본 엘피다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측은 “TMC와 제휴를 맺을 경우 우리 기술이 엘피다로 유출될 우려가 있어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TMC는 대만 D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출범됐다. 자국 6개 반도체 업체들의 통합(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미국·일본의 선진 기술을 빌려 업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하이닉스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마이크론이 빠진 것이다. 게다가 대만 난야와 이노테라도 이번에 TMC 진영 불참을 선언했다.
우치아차우 난야 회장은 “그동안 진행해온 TMC와의 교섭이 결렬됐으며 독자적으로 대만 당국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과 난야는 전략적 제휴 관계다. 양사는 공동 기술개발을 물론 이노테라를 합작 설립하기도 했다.
마이크론, 난야, 이노테라가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이제 TMC에 합류할 수 있는 대만의 D 업체는 파워칩, 프로모스, 윈본드, 렉스칩 정도다. 하지만 이중 파워칩과 프로모스 등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쟁 과열로 인한 세계 D램 가격 하락으로 상반기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정도로 사정이 안 좋다. TMC에 합류해도 힘을 더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파워칩은 현재 독자 생존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D램 시장 구도는 외형상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TMC 진영, 마이크론-난야-이노테라 진영 등 크게 4개 진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후발 진영의 경쟁력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리웨이 첸 대만 폴라리스 증권 애널리스트는 “타이완메모리는 현재 자본도 조직도 없는 기업”이라며 “타이완메모리 진영에 엘피다 혼자 남을 경우 TMC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