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TV, 급할수록 돌아가라](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13091607_744184328_b.jpg)
실시간 인터넷TV(IPTV) 서비스 개시 3개월. 가입자 증가세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자 ‘성적표’를 놓고 연일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도 사업자도 모두 조급증에 시달린다.
IPTV를 다시 한번 냉정하게 살펴보자. 우리나라가 IPTV의 법적기반을 갖추고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년도 안 된다. 한 서비스가 본 궤도에 오르는 데 적어도 3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IPTV는 방송 요소와 통신 요소가 결합한 것인만큼 더욱 그렇다.
정부는 IPTV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왔다. 무역의존국인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란 의미는 해외수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성장동력 발굴이란 단기간의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미래 우리의 먹거리를 찾는 작업이다. 따라서 기초를 탄탄히 하지 않고 무조건 달리기만을 강요하면, 어느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혀 미래 먹거리는커녕 미래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유연한 자세다. ‘연내 200만 가입자 확보’라는 목표는 동기부여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조기에 어떤 성과를 거두기 위해, 또는 여론의 비난이 힘들어서 ‘빨리빨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골칫거리가 될 확률은 그 만큼 높아진다.
IPTV에 대한 호감으로 누구보다 서둘러 IPTV 고객이기를 희망했던 가입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안티 IPTV 그룹’으로 돌변할 수 있다. 채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콘텐츠와 인프라, 운영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급하게 가입자를 유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실망만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게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IPTV는 방통 융합의 첫 서비스 모델이다.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것도 많다. 이제라도 ‘목표 달성’이라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왜’와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 IPTV활성화 방안을 고객의 시각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