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보기술(IT) 관련부처가 공동 정책 개발에 잇따라 나서는 등 정책 연대가 활기를 띠고 있다. 현 정부 들어 IT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대안으로 각 부처 간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한이 비슷한 부처끼리 정책을 조율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핵심 과제나 정책을 특정 부처가 주도적으로 수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처별 단발성 아이디어를 모아놓는 백화점식 정책만 남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됐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안부·지경부·방통위 등이 이르면 다음 달 대통령 보고를 목표로 ‘IT 기반 녹색성장 전략’을 공동 수립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데 이어 행안부·지경부·방통위·국가정보원 등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정보보호와 관련한 공동 정책을 개발, 이달 국무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또 행안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의 세부 추진과제 아이디어를 부처별로 모아 16일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IT 관련부처의 정책 공조는 옛 정보통신부 기능이 행안부·지경부·방통위 등으로 분산된 뒤 부처마다 비슷비슷한 정책이 개발되거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부처별 정책 조율과정에서 부처 간 권한을 놓고 알력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져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등 단발성 정책만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부처별 정보보호와 관련한 정책 연대는 작년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정보보호 정책을 수립해 발표하면서 국정원·지경부·방통위 등이 자신들의 영역이 침해됐다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자 나온 후속조치에 가깝다”며 “알력 때문에 전 부처가 합심하고 공조해서 기획성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 부처별 영역을 구분짓고 그에 맞는 단발성 정책을 나열, 집대성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IT 기반 녹색성장 전략’ TF에 참여 중인 관계자는 “행안부의 녹색정보화, 지경부와 방통위의 그린IT 정책이 비슷비슷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정책 조율 압박이 심하지만 부처별 영역다툼 때문에 민감한 분야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 연구개발사업, 그린IT, 정보보호 등 각종 IT정책이 대거 쏟아졌지만, 참여정부의 ‘IT 839’처럼 MB정부만의 뚜렷한 색깔을 내는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정책 총괄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신영길 서울대 교수는 “부처 간 협업은 공동 개발과 같은 프로젝트를 두고 역할 분담하는 등 실무차원에서 효과가 있지만 정책 기획 분야와 업무 성격이 맞지 않다”며 “영역별로 쪼개진 각 부처가 자신들의 영역 중심으로 정책을 내고 이를 한데 모으다 보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정책만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