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블랙베리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캐나다의 림(RIM)이 협력 업체에 공급 단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판매 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짐 발실리 림 공동 CEO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성장하는 회사는 (장비를 공급하거나 생산을 맡긴 협력 업체들에) 더 중요한 고객이 된다”며 “블랙베리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가격 낮춰라” 압박=림의 주요 협력업체는 5개다. 엘코텍·퀄컴·멀티파이프라인·마블 등이다. 이들이 공급하는 부품이 전체 생산 비용의 90%를 차지한다. 이 중 연성 회로기판을 공급하는 멀티파인라인은 림으로부터 가격 하락 요구가 있음을 시인했다. 라쎄 글래슨 멀티파인라인 대변인은 “가격 하락 압박을 받았다”며 자사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림의 생산 비용 중 3분의 1에 달하는 부품을 공급하는 통신기기업체 엘코텍은 직접 언급을 피했다. 카스텐 바쓰 엘코텍 대변인은 “어려운 시장 상황이 모두에게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고, 고객의 성공을 위해 언제나 고객의 요구에 맞추려고 한다”고 우회적으로 평했다.
에밀리 킬패트릭 퀄컴 대변인도 “고객에게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림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칩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마블은 논평을 거절했다.
◇생산비 낮춰 가격 하락 보전=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블랙베리는 1년 전보다 출하량을 84% 늘려 780만대를 팔아치웠다. 이 중 절반인 390만명이 블랙베리에 새롭게 유입된 가입자다. 스톰·볼드 등 프리미엄 모델이 선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휴대폰 판매량이 8.3%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블랙베리를 포함한 스마트폰은 3.4% 성장할 전망이다. 샤우 우 카우프만브러더스 연구원은 “시장 침체 속에서도 블랙베리는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니라브 파리크 TCW그룹 수석 부사장은 “빠르게 출하량이 늘고 있어 림의 구매력(purchasing power)이 커졌다”며 “단, (소비자 가격을 낮춘 탓에) 림의 마진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림의 폭발적인 성장은 스마트폰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일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가 정책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블랙베리 스톰을 시장 예측보다 50달러 저렴한 199.99달러로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블랙베리 스톰의 원가는 203달러로 출시 가격이 원가를 밑돈다.
블룸버그는 “림이 협력 업체를 압박해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최근 문을 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 ‘앱월드’ 등으로부터 새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도 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