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요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라고 묻는데 부하가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소리’만 들은 것이다. 상사의 질문에 ‘의미’를 들은 부하는 내 표정이 안 좋은지를 생각하고, 상사의 ‘욕구’를 들은 부하는 생기발랄하게 표정을 바꿀 것이다. 듣는 데도 버전이 있다. 들려오는 소리만 듣는 ‘hearing’이 가장 낮은 버전이다. 상대가 말하는 의미를 듣는 ‘listening’에 비하면 상대가 원하는 욕구까지 듣는 ‘active listening’이 최고 버전이다. 보는 것도 수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見(볼 견), 視(볼 시), 觀(볼 관), 察(살필 찰)은 ‘본다’의 단계를 보여준다. 표면 현상을 보는 ‘見’의 단계를 넘으면 마음이 담겨져 있는 ‘視’의 단계를 만난다. 그 다음은 생각의 의미를 담은 ‘看(볼간)’의 수준에 이르른다. 그 다음은 간병이나 간호할 때처럼 본질을 꽤뚫어보는 ‘觀’의 수준에 이른다. 최고 경지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찾아서 보는 察에까지 도달한다. 바로 마음까지 헤아리는 통찰력 수준이다. 경청은 이처럼 잘 듣고 마음까지 담아 듣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것이다.
부모님이 늦게 들어왔다고 화를 내시면 겉으로 보이는 분노와 비난만 듣지 말고 속에 담겨 있는 걱정과 사랑을 듣자. 욕을 하고 화를 내는 고객은 겉으로 보기에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불편에 대한 아픔과 상처가 있다. 딸아이가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억지를 부리면 못된 말버릇이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동생 때문에 속상한 딸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자.
심리학자 존 그레이는 ‘속마음을 열어야 사랑이 자랍니다’라는 책에서 사람의 속마음을 다섯 단계로 나눈다. 겉으로는 분노와 원망만 있는 것 같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아픔과 슬픔, 두려움과 불안이 있고, 깊은 이면에는 후회와 용서, 사랑과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