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FEZ의 4번타자, 국제병원](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200904140230_14051412_2023891601_l.jpg)
제2회 세계야구클래식(WBC) 준우승 열풍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만루 상황에서 4번 타자를 지켜보는 기대와 흥분만큼 야구의 미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외국 투자자와의 상담에서 항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우리 직원과 가족이 믿고 갈 수 있는 학교와 병원이 있습니까?”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서의 IFEZ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당연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도시개발과 특화된 기능을 가진 도시가 앞다퉈 생겨나고 있으나 도시의 기본이자 가장 궁극적인 요소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의 제공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 내 아이가, 내 부모가 아플 때 믿고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정주환경 요소가 어디 있겠는가.
IFEZ가 지향하는 도시의 모습이 특정 자원 기반 산업도시가 아니라 지식·정보·기술 등 인적자원에 기반을 둔 ‘브레인’ 도시임을 고려할 때 인적자원을 위한 생활의 편리성은 IFEZ가 갖춰야 할 최우선 조건 중 하나다. IFEZ 국제병원 설립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FEZ 병원이 언어의 장벽,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인한 어려움 없이 세계적 수준의 의료 기술을 제공하고,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병원은 IFEZ를 돋보이게 하는 앵커(anchor) 시설이 될 것이다. 또 선진국의 우수한 인력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투자유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외국인 정주환경의 조성, 특히 글로벌 수준의 국제병원 유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병원 설립이 더디게 진행돼 온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에는 외국 의료기관의 설립, 운영에 부합하는 구체적 절차와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어 국제병원을 설립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 설립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입법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의료기관 및 외국인 전용 약국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필요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없었던 외국의료기관 설립에 관한 절차가 규정됨으로써 외국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다.
지난 6년간 IFEZ는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동북아시아 중심이라는 지리적 장점, 세계적 수준의 인천국제공항과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인천항, 고학력의 우수한 인적자원이라는 내재적 면모들이 IFEZ의 태동을 알리는 선발 타자였다. 2번 타자는 유비쿼터스도시, 생태도시, 친환경도시 건설 등 미래도시 건설이다. 규제완화와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 기업친화적 기제가 그 뒤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제 IFEZ는 만루의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제병원을 4번 타자로 내세워 그간의 선전(善戰)을 실질적 득점, 즉 개발 및 투자유치의 비약적 성과로 이끌어야 할 때다.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 경제자유구역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하고 IFEZ가 어엿한 ‘한국 속의 글로벌 도시’로 그 위용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heonslee@ifez.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