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기 지원에 여야 따로 없다

 여야가 중소기업 대상 정책자금 지원에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됐던 1조5000억원 외에도 중기청이 추가로 요구한 신성장기반자금, 기술개발 사업화 자금 등을 서둘러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원키로 한 자금은 긴급자금이라기보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시설 자금이 대부분이다. 여야가 큰 이견이 없기에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모처럼 국회다운 모습을 봤다.

 이제는 사라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과기정위만큼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지 말자는 의원들의 결의가 있었다. 다른 위원회가 난장판 싸움을 하고 있을 때도 과기정위는 차분했다.

 국회는 이미 보궐선거판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국회가 제 기능을 한 적이 별로 없다. 지난 여름엔 촛불시위에 끌려다녔고, 지난 겨울 금융위기로 인해 국가 위기상황에도 별로 한 게 없다. 한미 FTA는 체결해놓고 2년째 골방신세다. ‘노는’ 국회의원대신 외국에서 수입해오자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그 대신 기업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수출을 하고서도 키코사태 때문에 부도가 나는 기업이 속출했다. 직장인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물러났다. 실업자 수도 100만명을 넘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출길이 막히고, 해외 바이어의 주문도 줄었다. 신기술 개발, 신상품 출시 등 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아예 포기했다.

 국회의원에게 4월은 선거, 정치의 계절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는 시련의 계절이다. 2004년 현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은 1042만명으로 전체 직장인의 86.5%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5년 이상 생존하는 중소기업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일본은 72%나 된다. 의원들이 ‘섬긴다’는 유권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