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빅 브라더(Big Brother)’ 출현으로 이어지리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판은 15일 인터넷의 발달상과 개인정보 수집 실태 등을 진단하며, 이로 인해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것처럼 개인의 삶을 철저히 통제하는 거대권력 ‘빅 브라더’ 등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구글은 영국내 25개 도시의 각 거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로 인해 낯선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을 아내에게 들킨 남편과 금연 게시판을 무시하다 적발된 노동자의 사례는 그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각 사이트 관리자들은 ‘쿠키’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하는 컴퓨터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구글은 이를 넘어 이달부터 각 인터넷 사용자들을 상대로 각자의 성향에 따른 맞춤 광고를 띄우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각 개인들의 방문 사이트 정보를 수집해 그 성향을 고려한 광고를 노출시킴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민간기업은 물론, 국가기관에 이르기까지 수집된 개인정보를 상업적 혹은 기타 테러방지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4일 영국에 대해 온라인상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제한하는 EU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경고하며 적절한 조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개인정보 수집을 감시하는 일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메글레나 쿠네바 EU 소비자보호 담당 집행위원은 “인터넷 서비스의 기반이 광고이긴 하지만 개인보호 정책은 전무하거나 모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국 의회의 40명 의원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한 초당적 모임을 발족한 데 대해 사생활보호기구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의 시몬 데이비스 활동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범죄 목적의 해킹 가능성도 고민거리다. 지난달 구글은 온라인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에 저장된 개인 파일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보안상 허점을 발견했다. 미국판 싸이월드인 페이스북은 지난 2월 자사 사이트에 올린 개인정보를 삭제한 사용자들의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약관을 개정하려다 누리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뒤 이를 백지화했다. 구글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의 등장은 이에 맞서는 국가권력의 감시기능조차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각국의 당국자들도 사석에선 다국적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부과에 무력감을 토로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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