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으려면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 귀를 잘 닦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귀에도 감정이 있다. 감정이 거슬리면 꼬아서 듣는다. 심리적 저항감으로 걸러 듣고, 만들어 듣고 확대해서 듣는다.
1938년 10월 30일 오후 8시, 수백만명에 이르는 미국 국민은 공포에 빠졌다. 화성에서 괴물이 침입해 지구를 공격하고 있다는 내용의 CBS라디오 방송을 들었기 때문이다. 화성 괴물의 지구 침략은 사실이 아니었다. 청취자들은 오슨 웰스의 ‘화성인의 침공’을 극화한 머큐리 극장의 스토리에 놀라 피난을 떠나기도 했다. 수백만명의 미국 국민은 실제 상황으로 착각했다. 방송 중 세 번에 걸쳐 꾸며낸 이야기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는데도 시민들은 ‘화성인의 침략’이라는 스토리에 당황하고 공포에 빠졌다. 들어야 할 말을 놓치고 가상상황을 실제로 왜곡한 것이다. 실제 사건이었다.
귀에 감정이 씌어 있으면 제대로 못 듣는다. 심경을 건드리는 말에 휘둘려 귀머거리가 되기도 한다. 회의 중에 내 의견에 반박하는 내용이 나오면 회의에 집중하기보다 감정이 북받쳐 제대로 듣지 못한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말할 때는 깔때기로 걸러내듯 선택적으로 듣는다.
싫어하는 사람의 말은 참견으로 들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충고이자 조언이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는 모든 게 칭찬 같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모든 게 비아냥거리는 것 같다. 내 귀의 감정을 걷어내자. 상대를 들으려면 내 안이 깨끗해야 한다.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선율이 되는 것은 공명통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접어두고 상대의 말을 내 공명통 속에서 울리게 하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선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