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CIO 인사 유감

[ET칼럼]CIO 인사 유감

 얼마 전 IT 분야 민간단체 임원진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CIO의 위상 문제가 새삼스럽게 거론됐다. 몇몇 기업이 올해 들어 CIO를 교체했는데 종전보다 직급이 한 단계 낮아졌거나, 아예 CIO라는 직책을 없애고 IT담당 부서 고참 부장을 IT 부문 책임자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이날 같이 식사한 IT 관련 단체 회장은 한동안 국내 기업에서 CIO의 위상이 높아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기업의 CIO에 대한 시각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IT를 기능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CIO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CIO 역할을 IT부문 부서장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데, 굳이 CIO를 둘 필요가 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CIO에 대한 이 같은 인식 변화는 IT벤더도 영업 현장에서 간혹 느끼는 모양이다. 과거에는 솔루션을 팔기 위해 CIO나 IT담당 부서장들을 만나 자사 제품의 우수한 점을 홍보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CIO나 IT 부문 책임자보다는 현업 임원이나 영업 책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한다. 종전에는 CIO나 IT담당 부서장들이 IT시스템 구매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으나 최근 들어 현업에 있는 임원이나 책임자들의 발언권이 확대되면서 벤더들이 관리해야 할 영업의 변수가 훨씬 복잡해졌다는 의미다.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보건대 우리 기업의 CIO를 보는 견해에 미세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CIO의 위상 저하라고나 할까. 만일 그렇다면 이는 IT현장에서 시스템 개발 업무나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초래하고, 학생들의 컴퓨터 전공을 기피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산업계에는 CIO들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경구나 지침이 넘쳐난다. 내용도 대개 비슷하다. 현업과 꾸준히 교류하라, CXO 임원들과 한 테이블에서 비즈니스를 논하라, 기술적인 언어와 비즈니스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라, 비즈니스 전략가로 변신해라, CEO들과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혀라, 비즈니스 혁신의 전도사가 돼라 등등. 이런 경구나 지침이 넘쳐난다는 것은 CIO들이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CIO를 상징하는 말은 많다. ‘Chief Information Officer’가 공식적인 정의다. 하지만 ‘Career Is Over’ ‘Chief Innovation Officer’ 등 별칭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의 CIO는 ‘Career Is Over’와 ‘Chief Innovation Officer’라는 두 극단의 어느 한 점에 위치한다. CIO가 ‘Career Is Over’가 될 것인지 아니면 ‘Chief Innovation Officer’가 될 것인지는 상당 부분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회사를 혁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CIO를 보는 기업 경영자의 시각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려면 CIO에서 CEO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경영자를 벤치마킹하고, CEO들이 과연 CIO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할 것이다. 물론 CIO만 변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기업들의 CIO나 IT를 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혹여 최근 몇몇 기업의 CIO 인사가 우리 기업의 CIO를 보는 관점으로 굳어지지 않을지 걱정돼 객쩍은 소리 한번 해봤다.

 장길수 CIO BIZ+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