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년 동안 어느 한 해도 위기가 아닌 해는 없었다. 지금까지 어려움 속에서 축적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9년을 도약을 준비하는 해로 만들겠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얼마 전 창립 18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팬택에 2009년은 그 어느 해와는 다른 해다.
지난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이 오는 19일이면 2주년을 맞는다. 15일 전자신문 기자와 만난 박 부회장은 “올해 연구개발(R&D)에 27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휴대폰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워크아웃으로 철수했던 유럽·러시아·중남미·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는 스마트폰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워크아웃 기업처럼 팬택도 지난 2년간 뼈 아픈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많은 직원이 정든 직장을 떠났으며 대부분의 해외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박 부회장 자신도 수많은 채권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워크아웃 동의를 호소했다. 사실 팬택의 부활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이미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린 작년에 팬택은 휴대폰 1000만대 판매에 매출 2조959억원을 달성해 2007년 1조639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워크아웃 중인 기업으로서는 놀라운 선전이다. 무리한 확장으로 넘어지기 전까지 팬택은 알토란 같은 기업이었다. 휴대폰 관련 국내외 특허만 4000여개에 달하며 기발한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다시 일어서는 팬택에 넘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휴대폰 시장에서 연구개발 투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업체의 공세도 막아내야 한다. 저가폰 중심의 제품 라인업도 프리미엄 위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위기가 때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쟁사가 껶지 못했던 시련으로 단단히 단련됐기 때문이다. 팬택의 부활은 무엇보다 벤처기업인에게 희망을 준다. 맨손으로 창업해 매출 2조원의 기업을 일군 박병엽 부회장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