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짜릿한 감동이 식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준우승을 하기까지 몇몇 국가와 ‘붙고 또 붙는’ 과정 속에서 뒷말도 많았지만 게임마다 다른 감동과 재미에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대개 야구와 같은 스포츠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되 공해가 없는 ‘녹색 산업’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스포츠 말고도 우리가 잘 모르는 ‘녹색 산업’이 더 있다. 바로 ‘전파’다. 전파는 태초부터 존재했지만 현대에 와서 그 의미와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 ‘보이지 않는 자원’이다. 그런 전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라도 하듯 최근 전파와 관련해 ’녹색 혁명‘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이미 2007년 통신 부문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연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IT와 기후변화에 대한 포커스 그룹’을 발족시켰다. 후속 조치로 OECD 40개국 방송통신 장관들은 작년 6월 서울선언문에서 ‘에너지 효율 제고와 기후변화 대처 등을 위해 인터넷 활용에 합의한다’고 발표했고 일본과 영국, 덴마크 등도 ‘그린IT’ 추진 계획을 앞다투며 발표했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차세대 녹색기술 개발을 통해 방송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경제·사회 전반의 녹색체제 확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방송통신 분야 민관협의체인 ‘녹색 방송통신 추진협의회’를 구성, 3월 16일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녹색방송통신추진종합계획(안)’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를 통한 방송통신망 기반의 통합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구현과 녹색방송통신 시범 기지국 운영 및 저전력 기술, 친환경 단말기 개발 등이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신규 기술 개발 및 시장 형성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면서 그 핵심기반이 되는 전파 자원과 전파 이용 기기의 효율적 관리·이용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방송통신 네크워크 인프라를 활용하면 2020년까지 정보통신기술 산업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원격 서비스와 영상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비즈니스 등 녹색성장을 위한 무선 인프라 마련이 절실하다. 유용한 주파수 대역을 원활하게 공급하면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파 관련 정책 및 법·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의 효율적 배분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주파수 회수·재배치 규정 정비와 주파수 경매제 도입 등의 전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전파환경 실태를 점검하는 ‘전파자원 총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전파자원의 효율적 활용기반을 마련했고 동시에 신규 녹색 일자리 창출 및 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방송통신기기 인증유형 재분류 및 잠정인증제 도입 등과 같은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방송통신기기 위해(爲害) 정도 등을 고려해 인증 유형을 합리적으로 재편하고 적합성 평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으므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신규 방송통신 융합 기기의 시장 진출 및 이용이 원활하도록 잠정인증 제도를 도입, 방송통신 기반 그린 비즈니스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방송통신 분야의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 및 신규 기술 도입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파법 등 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히 요구되며, 이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뒤이은 조속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윤수영 한국전파진흥원 정책연구실장 syyoon@kor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