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넷톱, PC시장의 `투톱`으로

불황틈타 세력 확대‥1분기 美시장 `선방` 주역

넷북·넷톱, PC시장의 `투톱`으로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PC 시장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1분기 전세계 PC 판매 성적이 우려했던 만큼 나쁘지 않은데다 ‘값싸고 가볍고 실용적인’ 형태의 PC들이 불황을 틈타 세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PC 시장의 기린아 넷북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올인원 형태의 미니 데스크톱인 ‘넷톱’ 시장이 열리면서 ‘넷북’, ‘넷톱’ 투톱이 PC 시장의 회복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HP, ‘고맙다, 넷북’=몇 달 전 시장 조사기관인 IDC는 올 1분기 전세계 PC 판매량이 전년보다 8.2%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전세계 경기 침체의 진원지인 미국 PC 시장의 하락세는 8.9%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15일(현지시각) IDC의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PC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7% 감소, 예측치를 상회했다. 미국 시장의 전년 대비 감소율은 3.1%에 그쳤다.

 주목할 만한 것은 HP와 에이서 등 저렴한 가격의 넷북으로 승부를 건 선두권 업체들의 성적표다.

 1분기에 HP는 넷북 덕분에 지난 99년부터 줄곧 북미 PC 시장 1위를 유지했던 델을 제쳤다.

 HP의 북미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2% 급증한 41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6%나 급감한 델을 앞질렀다. ‘어스파이어’ 넷북으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는 대만 에이서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11.6%로, 13.6%로 추락한 델을 바짝 추격했다.

 ◇넷북 신화, 넷톱이 이어간다=노트북PC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넷북이 ‘경기 침체’라는 악재를 호재로 전환시킨 것처럼 데스크톱PC 시장에서는 ‘넷톱’의 활약이 시작됐다.

 ‘넷톱’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장착한 ‘미니 데스크톱’으로 최소 400달러 대의 가격에 인터넷 연결은 물론 기본 기능을 제공하며 각종 액세서리를 없앤 올인원 형태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C넷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넷톱 판매량이 지난해 말보다 80% 이상 급증한 6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초기 넷톱의 최대 시장인 일본 외에 미국 시장에서 넷톱 판매가 가시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미 할인점인 ‘타깃’이 아수스텍의 ‘Eee톱’을, 월마트닷컴이 삼보애버라텍의 넷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PC제조업체들도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형태의 초기 올인원 데스크톱 대신 한결 저렴하고 기능을 단순화한 넷톱을 앞다퉈 출시했다. 아수스텍의 ‘Eee톱’, MSI의 ‘윈드톱’, 델의 ‘스튜디오원‘19’ 등이 그것이다.

 디스플레이서치의 존 제이콥스 노트북PC 시장조사국장은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800달러 이상의 기존 노트북 대신 넷북을 선택한 것처럼 데스크톱PC 시장에서도 ‘넷톱’이 비슷한 상황을 재현할 것”이라며 “굳이 들고다니는 노트북이 필요없고 인터넷 등 간단한 작업만 하는 이들에게 넷톱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점점 저렴하고 얇게=넷북·넷톱 외에도 1인치 이하 두께의 일명 ‘울트라신’ 노트북PC도 연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저렴하고 가벼운’ PC 트렌드 확산에 한몫할 전망이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CEO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PC제조업체들이 비용이 적게 들면서 더 가볍고 얇은 PC를 생산할 수 있도록 7월경 울트라신 노트북PC용 신형 칩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컨설팅 업체인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의 팀 바자린 대표는 “값은 저렴하면서도 기능이 한층 향상된 울트라신 노트북PC가 넷북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