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코드그린’이 한국의 녹색 열풍과 맞아떨어지면서 필독서로 떠올랐다.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제프리 이멜트 GE CEO의 말을 인용한 구절이었다.
‘오늘날 에너지 부문에서는 아직도 내가 입사했을 당시 팔던 것과 똑같은 기본적인 석탄화력발전 전기를 팔고 있다. 요즘 석탄화력발전소는 아주 조금 깨끗해지고 효율도 조금 높아졌지만 근본적으로 똑같은 모델…’
특별히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경영학의 교과서라고 하는 잭 웰치의 뒤를 이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멜트의 고백 아닌 고백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4월 1일자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프리드먼의 칼럼에 에너지 기술 혁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단어가 있었다.
파괴적 창조와 창조적 파괴. 파괴적 창조는 화석연료발전소와 같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부지불식간에 온실가스 등으로 인류를 파괴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반면에 창조적 파괴는 기존의 에너지기술 체계를 파괴하는 듯 보이지만 전체 에너지시스템 차원에서 일대 혁신을 가져와 인류를 이롭게 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창조적 파괴의 관점에서 에너지기술을 바라봐야 한다. 핵융합처럼 당장은 에너지 기술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술이 실제로 창조적 파괴를 주도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도 지난 1월 핵융합을 27대 녹색성장기술로 지정하고 장기적 지원에 관심을 쏟는 등 일본·EU와 같은 선진국의 전략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도 아직 뚜렷한 상용화기술이 없는 핵융합을 녹색기술로 지정한 것은 누군가 창조적 기술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데서 출발하지 않았는지 짐작해본다.
우리의 후세들로부터 창조적 파괴에 혜안이 있는 선조였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기술은 인류 생존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서 늘 최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장한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정책팀장 jjang@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