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잡아라

 미국 이동통신 업계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정조준했다.

 최근 오바마 정부의 스마트 그리드 지원 방침과 전력 사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각 주 정부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스마트 미터(Smart Meter)’, 즉 지능형 계량기 사업과 이통망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스마트 그리드의 가장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스마트 미터 설치가 본격화하면서 AT&T·T모바일·버라이즌 등 주요 이통사들이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 미터는 자동 검침은 물론 전력 사용량이 최고·최저치일 때를 골라 소비자들이 싼 값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똑똑한 계량기’로 이통사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통해 각 가정의 전력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특히 최근 이통사들이 스마트 미터 운용을 위한 월 망 사용료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이를 둘러싼 전기 설비업체와 주 정부,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 업체와의 협력이 가시화됐다.

 스마트 미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텍사스주의 ‘뉴멕시코파워(TNMP)’는 우선 1만개의 소형 스마트 미터를 보급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 기술 전문업체인 ‘스마트싱크’, AT&T, T모바일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TNMP가 각 가정에 설치할 스마트 미터는 전력량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물론 원격으로 정전 등의 사항을 알려준다.

 이번 AT&T와 TNMP의 협력으로 개별 스마트 미터는 AT&T의 이동통신망을 통해 전력 사용 정보를 주고 받게 된다. 특히 AT&T는 하루 중 이통 네트워크의 데이터 송수신이 한가한 시간대를 이용해 이 전력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에 대다수 전기 설비 업체들이 허가받지 않은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전기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AT&T는 전기 설비 업체와 일반 가정을 겨냥한 전력 데이터 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미터 관련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을 검토 중이다. 크리스 힐 AT&T 기업솔루션사업부 모바일 제품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직접 휴대폰을 이용해 스마트 미터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AT&T 외에 주요 이통사들도 최근 스마트싱크·에쉴론·랜디스+지그룹·이트론 등 대표적인 스마트 미터 및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력을 긴밀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업체인 양키그룹의 스티브 힐튼 컨설턴트는 “스마트 미터 사업은 AT&T, T모바일, 스프린트넥스텔, 버라이즌 등 미 4대 이통사 모두에게 엄청난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 가운데 의회가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 책정한 예산은 45억달러(약 5조9700억원)에 달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