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中企 상생, 해외판로에서

 대기업이 6월부터 자신들이 보유한 해외 고객네트워크를 중소기업과 공유하기로 했다. 수출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추진된다. 지식경제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함께 추진 중인 이 계획이 완료되면 중소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바이어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길을 개척하게 된다. 전경련은 상생협력위원회에 해외진출 수출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전자정보통신 및 신성장, 녹색성장 기업의 수출을 도울 계획이다.

 대·중소 상생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이 해외 판로 개척에 필요한 현지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찾을 수 있다. 그것도 세계적인 대기업과 대한민국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만날 수 있는 해외 주요 바이어를 수출상담회 같은 한 무대에서 동시다발로 만날 수 있다. 전경련과 해외 수출 현업을 담당하는 지경부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된다. 중소기업계도 전경련의 이번 결정을 가장 진일보한 상행협력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협력의 정도다. 전자정보통신 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컨버전스가 일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별 영역구분이 붕괴된 지 오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은 제품을 수출하는 사례도 흔히 나온다. 대기업 주력품목이었던 TV는 중소업체 수십개가 진출했다. 중소기업에서 개발하던 MP3플레이어 등도 서로 경쟁한다. 상생을 논하기 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그 협력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우리는 지경부와 전경련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중소기업이 수출로 외화를 벌고, 그 돈으로 국내에서 다시 소비가 일어날 때 대기업도 함께 산다. 대·중소기업의 상생은 이래서 중요하다.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탄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