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IT업계와 통했다

 청와대가 IT 비서관을 두기로 한 것은 이명박정부 들어 IT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전담 부처가 사라지면서 IT 정책은 힘을 잃었고, 그나마 각 부처에 흩어진 정책 기능의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IT 산업 홀대론도 무성했다.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IT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업체 사장은 “우리나라가 IT 인프라 강국이지만 IT 서비스·콘텐츠 등은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이 분야를 담당하는 부처도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쪼개져 사실상 산업활성화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바로 청와대 내에 IT 비서관을 두는 것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전부터 IT 비서관을 두는 것을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양유석 방송통신 비서관은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IT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왔고 취임 초기부터 IT 업계를 만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지금에야 만났다”며 “일부 오해가 있었지만 IT 홀대론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는 정부 직제에 따라 방송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방송통신비서관과 지경부를 총괄하는 지식경제비서관, 문화부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비서관 등이 있지만 IT를 총괄하는 조직은 없다. 신설할 IT 비서관은 다른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국정기획수석 밑에 둘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IT 비서관 신설과 관련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SW, IT 서비스, 방송통신 장비, 반도체, 컨설팅, 보안솔루션 등에 이르기까지 IT 업계의 대표 기업들이 모두 망라돼 있는만큼 사실상 대부분의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 25명에게 모두 발언권을 주고 일일이 경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뿐만 아니라 IT 기업인들이 제안한 내용의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 일부 참석자는 대통령이 IT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이 “정부가 조금만 IT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했더라면 경쟁력을 높였을 텐데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회사 매출도 줄어든 것 같다. IT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자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신경 쓰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가 “모든 휴대폰에 DMB2.0 기술을 의무적으로 탑재해서 관련 단말기, 방송, 부품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대통령은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나”고 물어본 후 가격 상승 요인이 적다는 말에 바로 검토를 지시했다.

 배희숙 여성벤처기업협회장은 “SW, 콘텐츠, 애니메이션, 게임 등 지식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매출을 기준으로 대출이 되다 보니 어렵다. 일본과 같이 무형자산 평가툴을 구비해 기술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하자 대통령은 이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참석자 발언 중간에 “순방 때마다 IPTV, 와이브로 등을 세일즈해왔고 앞으로도 IT 세일즈 확대를 더 강화하겠다”고 발언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참석자들의 발언을 일일이 경청하고 IT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며 “처음에는 긴장했으나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에 믿음을 가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간담회 참석업체 명단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씨엔에스테크놀러지),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이나루티앤티),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김용화 IPTV산업협회장(이지씨앤씨),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 김인 SDS 사장, 김태희 케이블렉스 대표, 조상문 네오텔레콤 대표, 박지영 컴투스 사장, 문진일 티맥스소프트 사장, 이득춘 이글루시큐리티 대표, 육동현 인젠시큐리티서비스 대표, 이양규 디앤티 사장, 장영규 코리아퍼스텍 사장, 우준환 피플웍스 대표, 길문종 메디아나 회장, 백승준 에어포인트 대표, 이경호 시큐베이스 대표, 김진봉 피피아이 대표, 김대영 에스엔알 대표, 김덕용 케이엠더블유 대표, 김숙희 솔리데오 대표, 안병익 포인트아이 대표, 김태호 디티브이인터랙티브 대표, 이재원 슈프리마 사장 <무순>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