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경쟁에 자존심 구긴 SKT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이동통신사의 킬러콘텐츠인 모바일게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속칭 ’슈퍼갑’으로 불리던 SK텔레콤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1일부터 모바일게임사이트 GXG(www.gxg.com)를 통해 신작게임을 매주 화요일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에 SK텔레콤이 신작 모바일게임 출시 요일을 매주 목요일로 고수하던 입장을 꺾어 이틀이나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매주 수요일이 출시 요일인 KTF와 LG텔레콤에 비해 하루 앞선 것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은 GXG를 제외한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상에서의 신작게임 출시 요일도 기존 목요일에서 KTF, LG텔레콤과 같은 수요일로 앞당기는 등 출시 일정을 전반적으로 조정했다.

여기에 SK텔레콤은 출시 일정 변경을 알리고 홍보하는 이벤트까지 실시하며 전에 없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 변화에 따라 예전처럼 가입자 우위만을 앞세운 ’배짱영업’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풀이했다.

기존에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SK텔레콤에 이어 KTF, LG텔레콤 등 순으로 출시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SK텔레콤은 출시 요일과 상관없이 타사에 비해 1주일 내지 1개월 먼저 게임을 출시함으로써 나쁜 입소문에 따른 흥행 실패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는 등 비교 우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작게임의 증가, 모바일게임 인기 상승, 개발 노하우 축적 등에 힘입어 이통 3사에서 같은 주에 게임을 동시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목요일로 정해놓은 출시 요일이 SK텔레콤의 발목을 잡는 형편이다.

가령, 기존 순차 출시 방식의 경우 SK텔레콤에서 23일 목요일에 출시된 게임이 KTF와 LG텔레콤에서는 29일 수요일 이후에 출시됐다. 그러나 동시 출시 게임은 KTF 또는 LG텔레콤에서 29일 수요일 출시된 하루 뒤인 30일 목요일 SK텔레콤에서 선보이는 식으로 오히려 SK텔레콤의 순서가 늦어지는 등 이전의 비교 우위가 사라지게 된 것.

결국 SK텔레콤은 이전처럼 타사에 비해 신작게임을 먼저 출시하기 위해서는 출시 요일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모바일게임업체의 역량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콘텐츠업계 전반의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SK텔레콤도 이전 시장 환경에 안주해서는 현재와 같은 지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