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올 여름 드디어 미국에서도 ’손 안의 무료 TV’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 및 모바일 기기 강자인 우리 기업들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동 개발한 기술이 미국 모바일 TV의 기술 표준(ATSC-M/H)으로 확정될 예정이어서, 두 회사는 앞으로 모바일 수신기 보급 경쟁에서 외국업체들보다 한층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4파전, 활성화는 미흡 = 모바일 TV는 무선통신망 또는 방송망을 이용해 단말기를 통해 이동 중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 또는 VOD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모바일 TV 서비스는 기존 3세대(G)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며, 방송망을 이용하는 경우 모바일 TV를 위한 별도의 방송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모바일 TV 기술은 4개다. 우리나라 주도의 DMB, 노키아 주도의 DVB-H, 일본 주도의 원세그(OneSeg), 미국 퀄컴 주도의 미디어플로(MediaFLO) 등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경쟁을 펼쳐왔다.
DMB는 유럽 DAB 방송에 동영상을 추가한 한국형 방송방식으로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 진출은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DVB-H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표준기술로 채택됐으나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상업방송으로 성공적인 운영을 하는 나라가 없다. 유럽과 GSM 방식의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나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유료 가입자 기반의 서비스여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원세그(OneSeg)는 일본 지상파 방식(ISDB-T) 기반으로 개발한 일본 독자방식이다. 우리의 지상파 DMB처럼 무료여서 일본 모바일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현재 남미 일부 지역에 확산하는데 그치고 있다.
미국 퀄컴은 휴대전화 고객을 대상으로 미디어플로(MediaFLO)를 선보였으나 애초 기대에 비해선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단말기에만 제공된다는 단점과 함께 월 10-15달러 수준의 유료서비스라는 점이 수요 확산에 걸림돌이 됐다.
아울러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에서는 TV 시장의 하나인 모바일 TV 사업이 이통사 주도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러한 거부감이 구체화한 게 바로 NBC와 FOX 등 방송사 연합체인 ’OMVC(Open Mobile Video Coalition)’이다. ’OMVC’는 무료 모바일 TV 서비스 도입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연내 70개 美 방송사 무료 방송 =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서비스된 미디어플로(MediaFLO)가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자 미국 디지털방송 표준화 기구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는 지상파 방송을 그대로 전송하고, 시청자로부터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료 모바일 TV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통사 중심인 미디어플로와는 다른, 방송사 중심의 새로운 모바일 TV 기술 표준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디지털 TV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각각 모바일 TV 기술 개발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는 북미 모바일 TV 시장의 조기 활성화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을 맞잡고 새로운 모바일 TV 기술인 ’ATSC-M/H’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A-VSB’ 기술과 LG전자의 ’MPH’ 기술이 결합한 것으로, 현재 미국 OMVC에서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ATSC-M/H’는 현재의 지상파 디지털 TV 방송용으로 사용되는 주파수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기존 디지털 TV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과 더불어 최소한의 장비 투자만으로 모바일 TV 방송이 가능해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기술 표준이 확정되면 늦여름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험 방송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CBS, NBC, PBS 등 5개 지역 방송사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정규 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며, 올해 말까지 70개 방송사가 새로운 포맷으로 방송에 나설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삼성.LG, 모바일 기기 주도권 거머쥔다 = 아직 이들 방송사가 송출하는 모바일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기기는 나와있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조만간 휴대전화 등 다양한 무선기기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델(DELL)도 방송 신호 수신이 가능한 랩톱을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미방송사연합(NAB)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료 모바일 TV 방송이 시작되면 미국에서 이를 수신할 수 있는 휴대전화 시장과 기타 무선기기 시장은 2012년 1억3천만대와 2천500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무료 모바일 TV 방송이 성공을 거둘 경우, 세계 모바일 TV 기술 표준 경쟁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표준이 세계적으로 확산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바일 기기 수출뿐 아니라 기술 사용료 수입까지 거둘 수 있게 돼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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