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사회변화에 따른 통합저작권법](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27063602_193531001_b.jpg)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부처 통합에 따라 각 부처가 관장하고 있던 법 통합도 아울러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로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통합한 법안(이하 통합저작권법안)을 제출했다.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통합은 단순한 기관 통합이 아니라, 두 법률의 통합에 의한 저작물 보호체계 변화라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와 관련된 조항이 사회적 이슈로 되면서 다른 부문의 논의는 상대적으로 그늘에 가려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포털 등의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나 신문방송겸업 등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저작권법에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을 포함시키는 문제다.
정부는 두 법률을 통합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초 두 법률의 통합에 큰 문제가 없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저작권법으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을 규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저작권법 개정 공청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으며, 두 법률 통합을 놓고 학계 및 관련업계 의견 수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개정 통합저작권법안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청회, 세미나 등을 개최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특히 저작물 보호체계 변화로 인해 사회적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별도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점은 문제다.
통합저작권법안은 국회 소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일부 수정이 있었다. 특히 원안에서 불법저작물임을 알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업무상 이용하는 행위(이하 침해간주 행위)가 개정법률안 제140조 제3호에 비친고죄로 규정됐던 것을,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자의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위해 저작권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로 수정했다. 이러한 결과에 소프트웨어 산업계에서는 다행스럽다는 시각인 듯하다. 반의사불벌죄 도입은 비록 침해간주 행위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친고죄 유지를 주장해 오던 소프트웨어 저작권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고려해 절충된 형태로 입법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방위에서 침해간주 행위의 비친고죄를 철회하고 반의사불벌죄를 도입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실 해당 침해간주 행위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에서 먼저 입법됐다. 일본에서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규정하지 않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침해간주 규정을 도입했고, 우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은 이것을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규정을 다른 침해간주 규정과 동일시해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 규정의 비친고죄화는 단속 실무에서 불법복제 행위에 친고죄, 침해간주 행위에 비친고죄를 적용하게 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다행히 개정과정에서 변경됐다.
우리 생활에서 PC·게임기·휴대폰·TV·냉장고·로봇·P2P·블로그 등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는 너무나 보편화됐으며,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보호하는 법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은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관련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항상 관련 업계 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의견수렴을 거쳐 적절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로써 소프트웨어 산업이 미래 한국의 IT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녹색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선희 교수 shyu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