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인 인수ㆍ합병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IT 대기업들은 최근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인 오라클과 컴퓨터 서버 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간의 합병 결정을 IT 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모델로 간주하며 양사간의 통합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27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상당수 IT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주가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어 현금이 충분한 일부 대기업들에는 싼 값에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IT 유수의 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와 휴렛패커드(HP) 등은 현재 IT 분야의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며 자금난에 처한 중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밑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렛패커드 등은 컴퓨터 또는 서버 분야에 한정된 사업 부문을 확대, IT 분야 전체적으로 통합적인 고객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 보유한 컴퓨터 데이터 센터의 경우 온라인 판매 알선, 상품 재고량 조사, 고객 계정 및 내부 직원들의 연봉 관리 등 일련의 정보를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미 시장조사기관인 IDC 분석가인 진 보즈먼은 “최근 오라클의 인수 결정에 자극받은 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으로선 지금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라클의 인수 결정 이후 컴퓨터 제조사인 ‘래커블시스템즈’가 경쟁업체인 ‘실리콘그래픽스’에 대한 인수 시도에 나서는 등 크고 작은 인수ㆍ합병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방크 투자분석가인 크리스 휘트모어는 “인수ㆍ합병 대상으로는 자금난에 처한 회사 뿐 아니라 매우 건실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인 넷앱이나 EMC 같은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며 “휴렛패커드나 시스코, IBM, 델 컴퓨터 등 대기업들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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