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만든 것은 영화가 아니라 아이들의 꿈 그 자체였다.”
올 초 미국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스티븐 스필버그를 세계의 영화감독 50인 중 1위로 꼽으며 내린 평가다. 그는 “나는 밤에만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꿈을 꾼다”는 말로 자신 존재의 근거를 설명한다. 특히 1982년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 ‘E.T.’는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치며 아이들에게 꿈의 혁명을 선사했다.
최근 새로운 ET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에너지 기술(ET)이 다음 경제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 단언하며, 이것이 그린 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T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차원의 기술 개발이 아니다. 안 쓰고, 아끼고, 다시 쓰는 지난 시대 절약 차원의 기술 개발도 아니다. ET는 경제적 힘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원천 기술로, 뜨거워지는 지구(온도 상승), 더러워지는 지구(오염), 붐비는 지구(인구 증가)로 인해 도래할 에너지 전쟁 시대를 극복할 기술이다.
ET는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달성의 열쇠라 할 만하다. 산업과 에너지 및 환경을 아우르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 아래 녹색기술 시장의 선도국, 선진 일류 국가로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ET 개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미 전 산업 분야에서 ET라는 개념을 직간접적으로 접목해 그린 혁명을 일궈내고 있다.
그러나 ET는 ET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건설·자동차·조선 등 제조업부터 관광·유통·물류 등 서비스업 그리고 IT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가 ET의 대상이며, 이들이 ET와 융·화합할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는 IT 기반의 ET 발전을 위해 ‘녹색 방송통신 추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린 네트워크로의 전환, 녹색 방송통신 기술 개발 및 서비스 활성화 등 6대 분야 19개 중점 추진과제가 요지다. 결국 ET와 IT의 결합을 기반으로 방송통신, 행정,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그린 혁명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정보보호 분야도 그린 혁명의 핵심 분야라 할 만하다. 최근 악성코드나 웜바이러스에 감염된 PC가 전력을 더 소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 PC의 전력소비량이 140W인 데 비해 감염 PC는 175W의 전력을 소모해 25% 정도의 전력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악성코드 제거 및 신속한 분산서비스거부(DDoS)공격 대응으로 CPU 자원소모 및 트래픽 부하를 최소화함으로써 불필요한 전력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저전력, 초경량 암호기술을 활성화하면 인터넷 전화 등 신규 융합서비스의 안전성을 보장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관이나 기업에서 사용하는 정보보호 시스템 및 제품의 융·복합화도 저전력·저탄소·고효율에 도움이 된다.
환경단체 글로벌 액션 플랜에 따르면 보통 서버 한 대의 탄소 배출량은 리터당 7㎞ 연비를 가지고 있는 SUV 자동차와 비슷하다고 한다.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 VPN 등의 기능에 안티 바이러스, 안티 스팸 기능이 탑재된 통합 보안 제품도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정보보호는 그린 혁명의 핵심 파트너다. ‘IT 부문의 그린화’로 녹색성장에 직접 기여하고, 클린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그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등 IT 서비스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정보보호가 그린 혁명의 촉진제 역할을 수행해 신뢰할 수 있는 IT 세상이 구현될 때 그린 혁명은 완성될 것이다.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jyhwang@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