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오라클의 서버시장 진출로 본 기업용 컴퓨팅시장

 ‘새로운 전쟁이 다가온다’

 최근 서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시스코시스템스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를 통해 역시 서버를 포함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아우르게 된 오라클이 가져올 기업용 컴퓨팅 시장의 판도변화를 요약한 말이다. 27일(현지시각) 포브스는 이 같은 시장구도의 변화가 컴퓨팅 업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데이터센터에서 불꽃을 튀울 것으로 예상했다.

 ◇출사표의 배경=수년간 오라클은 IBM의 DB2 데이터베이스와 웹스피어 미들웨어 등 분야에서 접전을 펼쳐왔다. 기업용 SW를 무기로 두 거대 공룡들을 겨냥해 도전해온 오라클은 시장에서 실질적인 토대이자 보호막이 필요했다. 그리고 선을 인수를 결정했다.

 시스코는 HP를 통해 네트워크 라우터를 공급해오다 스스로 블레이드서버와 라우터를 번들로 제공할 수 있음을 자신하고 시장에 뛰어 들었다. 더욱이 가상화 솔루션 업체 VM웨어의 지분을 보유(1.6%)한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서버의 효율 개선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협력관계의 격변=오라클과 시스코의 돌진으로 일단 수요처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단기적으로 예산의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치열한 가격경쟁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구도는 오라클과 시스코가 얼마나 IBM·HP·델 등 시장선점 업체들을 압박할 수 있을 지에 달렸다. 이는 곧 그간 이들 업체간 협력과 경쟁구도의 대격변을 뜻한다.

 IBM의 웹사이트를 보면, “IBM과 오라클은 지난 1986년 이후 고객사의 복잡한 비즈니스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HP와 오라클 역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와 서버를 결합한 협력을 강조해 왔다. 각사가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시점이다.

 ◇불가피한 가격전쟁=이번 전쟁이 흥미로운 점은 참전한 각사가 다른 사업에서 상당부분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IBM은 ‘서비스’, HP는 ‘프린터·PC·서비스’, 오라클은 ‘SW’,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는 곧 이들 모두가 수년간, 또는 그 이상 손해를 보고도 서버를 팔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욱이 인텔·AMD가 무어의 법칙에 따라 2년마다 성능과 가격 등 요소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들 업체간 전쟁은 식지 않을 것이라는게 안팎의 시선이다.

 ◇접전지, 데이터센터=향후 나타날 영업 포인트는 ‘에너지 절감’이다. 미국 정부가 그린산업 육성을 위한 타깃으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감소를 요구한데다 고효율칩과 SW의 개발 역시 힘을 보태며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HW와 SW의 긴밀한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IBM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라클도 선의 스팍칩을 이용해 비슷한 수준을 구현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 침투력은 제한적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에 비해 HP나 시스코는 다소 뒤처지고 있지만 SW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핸디캡을 극복하는 한편, HW를 더 싸게 제공함으로써 고객사가 에너지 절감효과와 저렴한 HW 비용을 두고 저울질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점입가경의 적대적인 경쟁관계 속에 델이 이들 업체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중립지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