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과학기술 연구에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3%를 지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GDP는 지난해 기준 12조2770억달러(약 1경6660조원)로, 이의 3%면 3700억달러(약 500조원)에 이른다. 특히 GDP의 3%는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난 규모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소련과 우주 산업 선점을 두고 과학기술 투자가 정점에 올랐던 1960년대 투자 액수를 뛰어넘는 수치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국립과학아카데미(NAS)의 새 멤버를 지목하는 자리에서 “미국 역사상 과학 연구, 혁신을 위해 가장 큰 사업을 발표하게 됐다”며 “과학기술은 미국의 번영과 안전, 건강과 환경,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정책 배경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 연구개발(R&D)에 세금 지원, 청정 에너지와 헬스케어 연구 기금 조성을 약속했다. 응용 과학의 기반이 되는 수학·과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병행하기로 했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의 연구원 지원 프로그램 수혜자를 세 배로 늘리는 것을 포함해 다수의 과학 재단 지원안도 공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5년간 과학 기술에 대한 연방 정부의 투자가 절반으로 떨어졌음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과학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과학은 우리의 번영과 안전, 건강, 환경, 삶의 질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과 정치를 분리할 것도 확실히 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기후 변화 관련 연구가 빛을 보지 못했던 것처럼 정치 상황에 맞는 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이 밖의 연구를 소외시켰던 관례를 깰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과학 기술 발전안 정책에 업계의 갈채가 이어졌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안보공보관을 지낸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이 같은 정책은 경기 순환의 포로가 될 수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 침체 이후에도 빛을 볼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멤버 20명을 발표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와, 크레이그 문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전략 책임자 등이 새로 포함됐다. PCAST는 정부의 과학 기술 정책을 조언하는 그룹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주요 멤버다. 기후·환경, 물리학, 컴퓨터 과학·IT, 의료산업 등 폭넓은 분야에서 미국이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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