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방송위 인사 악재에 방통위 `술렁`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방송통신위원회 조직이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청와대 성접대 사건으로 신모 과장 등이 물러난 데 이어 정진우 한국전파진흥원장이 취임 8개월 만에 전격 사임함에 따라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통합 조직인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축이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 신 과장이나 정 원장 모두 얼마 남지 않은 방송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잇따른 방송위 출신 간부들의 낙마에 방통위 주변 인사들은 적잖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색이 없고 무난한 성품의 정 원장은 옛 방송위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는데도 사전 예고 없이 1년도 안돼 물러난 데 대해 방통위 주변 인사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로써 현재 국장급 이상 간부 중에서 남아있는 방송위 출신은 황부군 방송정책국장만 남게 됐다. 게다가 다음 달 초 방통위 본부 10개국 32개과·3팀에 대한 조직개편과 인사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지역방송팀, 심결지원팀, 방송환경개선팀, 네트워크윤리팀 등 대부분 옛 방송위 출신들이 맡던 부서가 통폐합 대상으로 올라있다. 국장이나 부이사관 승진에서도 방송위 출신들이 배제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면서 가뜩이나 신 과장 사건으로 위축돼 있던 방송위 출신 직원들은 더욱더 움츠러들고 있다.

방송위 출신의 한 직원은 “막막할 따름”이라며 “자격 요건 때문에 전출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별다른 기대 없이 체념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방통위가 출범 1년 만에 조직 융합과 안정을 이뤘다는 외부의 평가와는 달리 내부적으로 방송위 출신들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감내해야 했다며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옛 방송위 출신의 한 간부는 “이질적인 두 조직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서는 약체 조직에 대한 적절한 배려와 최소한의 균형이 필요한데 그런 측면이 매우 부족했다”고 말했다. 방통위 출범 당시 정통부 대 방송위 출신 간부 비율은 2.5대 1로 출발했지만 앞으로 4대 1로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인사상 악재가 계속 옛 방송위 출신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조직의 융합을 위해 소속원 모두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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