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 LCD 백라이트유닛(BLU ) 부품업체가 일본 샤프에 부품을 공급한다. 부품소재 강국이라는 일본의 벽을 넘었다는 데 자못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샤프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샤프가 어떤 기업인가. 일본 기술의 집합체이며 LCD의 본향(本鄕)인 기업이다. 이 같은 기업에 주력부품을 공급하는 일을 한국 중소기업이 맡았다는 것은 한국 부품소재 기술의 개가라 아니할 수 없다.
샤프는 그동안 중소형 LCD 모듈의 BLU 전량을 자국 내에서 조달해 왔다. 샤프가 일본 외 해외 부품협력사를 채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부품이 기술에서 손색이 없고 단가 면에서도 일본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샤프의 공급처 확보에 따라 앞으로 한국 부품소재 기업의 일본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는 고환율에 따른 ‘와타나베 부인 효과’라고 해석한다. 물론 엔화 상승 영향 덕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기업의 속성은 싸다고 무조건 채택하지 않는다.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야 하고, 향후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협력사로서 계약한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샤프의 한국 중소기업 채택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부품소재의 한일 무역역조는 우리나라가 수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당분간 이 숙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부품소재는 하루아침에 발전하거나 단기간의 집중적인 투자로 발전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정부와 기업의 부단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요원할 것 같았던 첨단 부품소재 수출도 이루어졌다. 희망을 갖고 세계 시장을 넘볼 때가 왔다. 이제 한국 부품소재 산업의 격언은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다.